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 경선이 4일(현지 시각) 사실상 끝났다.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의 마지막 경쟁자였던 존 케이식 오하이오 주지사도 이날 경선 중단을 선언했다. 공화당에 남은 후보는 이제 트럼프뿐이다.

트럼프는 내부 정리가 끝나자마자 CNN, ABC 등과 인터뷰를 하면서 일찌감치 본선 준비에 들어갔다. 민주당의 확실한 대통령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은 경쟁자인 버니 샌더스(버몬트) 연방 상원 의원이 경선을 포기하지 않아 발목이 잡혀 있다.

트럼프는 이날 인터뷰에서 "부통령 후보는 경험 많은 정치인으로 하겠다"면서 또 다른 뉴스거리를 만들었다. 그는 "대통령이 처리할 현안은 크게 군사·정치·경제 세 가지인데, 이 중 사업은 내가 다루고 있고, 군사 분야도 잘 아는데, 나머지 하나는 도움이 필요하다"면서 정치인을 러닝메이트로 삼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구체적인 인물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케이식 주지사에 대해서도 상당한 호감을 보였다. 케이식이 주지사를 맡은 오하이오주는 대표적인 '스윙 스테이트(선거 때마다 승리하는 정당이 자주 바뀌는 주)'로 본선에서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케이식 외에는 트럼프 지지 선언이 빨랐던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 릭 스콧 플로리다 주지사, 조니 언스트(아이오와) 연방 상원 의원, 마코 루비오(플로리다) 연방 상원 의원 등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는 CNN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는 힐러리에게 13%포인트나 뒤졌다. 힐러리는 54% 지지율로, 41%인 트럼프를 오차범위 밖으로 따돌렸다. 힐러리 지지층은 여성·비(非)백인·55세 미만·고학력층이었고, 트럼프는 남성과 백인, 고령, 고졸 이하에서 강세를 보였다. CNN 조사에서 두 후보 간 지지율 격차는 트럼프가 출마를 선언한 직후인 지난해 6월 24%포인트까지 벌어졌다가 작년 9월 각각 48%로 팽팽하게 맞섰는데, 다시 지지율 격차가 커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두 후보 간 지지율 격차가 U자형을 그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CNN의 이번 조사는 이달 1일까지 실시된 것으로 트럼프가 공화당 후보로 확정된 상황은 반영되지 않았다.

뉴욕타임스는 현재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주별 대통령 선거인단 확보 상황을 계산하면 힐러리가 347명을 확보해 승리에 필요한 270명을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봤다. 하지만 트럼프가 각 주에서 지지율을 5%포인트만 높이면 플로리다·노스캐롤라이나·오하이오 등 3개 주의 승패가 뒤바뀌어 힐러리는 285명, 트럼프는 253명으로 격차가 준다. 10%포인트가 오르면 트럼프가 8개 주를 더 이겨 상황이 역전된다. 트럼프가 305명의 선거인단을 얻어 233명에 그친 힐러리를 이길 수 있다. 뉴욕타임스는 "10%포인트 이상 여론조사에서 뒤지는 트럼프가 불리한 상황"이라며 "민주당을 지지하는 20대 젊은 층을 분산시키면서 자신에게 비우호적인 백인 여성과 고학력층을 결집해야 승리를 내다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힐러리 역시 비호감도가 높아 트럼프의 추월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반론도 적잖다. 출발 당시 1%의 지지율에 불과해 "설마 되겠느냐"는 말을 들었던 트럼프가 결국 공화당 대선 후보가 된 잠재력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 전문가는 "트럼프가 지금처럼 도전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방식의 선거전을 펼치면 힐러리가 안심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