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관련된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을 수 있는 사람이 저렇게 없나 싶어 아찔했습니다."

오는 12일 3년 임기를 마치는 유현석(53) 한국국제교류재단(KF) 이사장은 4일 본지 인터뷰에서 "미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가 한 강연에서 근거 없는 '안보 무임승차론'으로 한국을 공격할 때 마이크를 잡고 사실을 바로잡은 건 한국계 대학생이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한국에 무슨 일이 생겼을 때 해외의 지한파들이 우리 입장을 이해해주고 상황을 제대로 설명해줘야 하는데 우방국인 미국·일본에조차 그럴 만한 사람이 없더라"며 "그동안 외교 당국 간의 소통,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한 문화 교류는 있었지만, 오피니언 리더와 식자층에게 한국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심어주고 이들로부터 지지를 확보하는 정책 공공 외교가 전무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류(韓流)의 확산에도 명암(明暗)이 존재한다고 했다. 한류가 한국에 대한 호감을 갖게 하는 긍정적 기능을 하지만, 그 효과에 도취한 나머지 공공 외교의 필요성과 절박성을 잊게 만든 측면도 있다는 것이다.

유 이사장은 "정책 공공 외교야말로 외교부나 문화부에서 할 수 없는 독보적인 사업 영역이라 보고, 이를 KF의 핵심 사업 분야로 육성하기 위해 애썼다"며 "특히 주요 국가에서 차세대 한국 전문가를 키우는 데 역량을 집중했다"고 했다.

그는 "과거엔 외국의 자생적 한국 전문가들에게 몇 푼 안 되는 지원을 한 게 전부였지만 작년부터 의회 보좌관, 학자, 전문직 종사자, 싱크탱크 연구원 등을 조직화해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는 "북핵 위기와 급변하는 동북아 정세 속에서 우리 외교정책에 대한 주변국들의 지지를 얻어내는 일이 갈수록 중요해질 것"이라며 "누가 될진 모르지만 제 후임자도 이런 인식을 갖고 정책 공공외교 중심으로 재단을 이끌어주길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