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로 굳어진 도널드 트럼프는 성공한 사업가이지만 정치 경험은 전무한 '아웃사이더'다. 호텔·골프장·카지노 등을 건설하는 부동산 사업부터 남성복, 아이스크림, 생수 판매에 이르기까지 전방위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40대 초반에 억만장자가 됐다.

그 기반은 아버지 프레드 트럼프가 물려준 중견 부동산 회사였다. 독일계 이민자 2세였던 프레드는 2차 세계대전 후 뉴욕 일대에서 아파트 임대사업을 벌여 큰돈을 벌었다. 프레드는 사고뭉치인 트럼프를 뉴욕군사학교(고등학교)에 보내 군기를 잡았고, 대학 시절부터 회사 경영에 참여시켜 후계자 교육을 시켰다.

트럼프는 부를 일군 후 엔터테인먼트 분야에 뛰어들었다. 1992년 영화 '나 홀로 집에2'에 단역으로 깜짝 출연했고, 1996년엔 미스 유니버스 조직위원회를 사들여 각종 미인 대회를 주최했다. 2004년부터 10년간은 NBC 방송의 리얼리티 쇼 진행을 맡았다.

연예인들과 스캔들도 많았다. 트럼프의 첫 아내는 모델, 두 번째 아내는 영화배우 말라 메이플스다. 이들과 이혼하고 세 번째로 맞이한 현재 아내 멜라니아 트럼프는 슬로베니아 출신 속옷 모델이다.

트럼프는 이런 인기를 바탕으로 꾸준히 대권 출마를 저울질해 왔다. 1988년 오프라 윈프리 쇼에 출연해 "내가 대권에 도전하면 승리할 것"이라고 처음 언급했다. 2000년엔 개혁당 후보로 경선에 참여했다가 중도에 포기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가 오랫동안 대선을 준비해왔다"고 했다. 돌출적으로 보이는 트럼프의 막말도 실제로는 철저히 계산된 행동이라는 분석이 많다. 7학년(중1) 수준이라는 조롱을 받고 있는 트럼프의 단순한 어휘력도 주 타깃층인 저학력 백인 유권자들에게 메시지를 쉽고 분명하게 전달하는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다만 막말과 돌출 행동에 따른 비(非)호감도는 극복해야 할 과제이다. 트럼프 진영의 선거 전략가 폴 매나포트는 최근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메시지는 바뀌지 않겠지만 그것을 표현하는 방식은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신(新)고립주의와 반(反)이민정책, 감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등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는 최근 발표한 외교정책 분야 공약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에서 "현재의 동맹은 불공정하며 동맹국이 더 많은 부담을 하든지 아니면 자체적으로 방위해야 한다"고 했다.

트럼프 선거 캠프에는 생소한 인물이 많다. 선대본부 핵심에는 제럴드 포드 대통령 때부터 공화당 전략가로 활동한 폴 매나포트, 스콧 워커 위스콘신 주지사의 선거 참모를 지낸 릭 와일리 등이 있다. 외교·안보 분야 참모진은 제프 세션스(앨라배마) 연방 상원 의원을 팀장으로 마이클 플린 전 육군 중장, 월리드 파레스 미 국방대 교수, 카터 페이지 글로벌에너지캐피털 창립자 등이 참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