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의 제1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원내대표에 우상호(54) 의원이 4일 선출된 것은 더민주 다수파인 친노(親盧)·친문(親文) 당선자들의 지원이 어느 정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2차 결선투표에서 우 신임 원내대표와 탈락한 우원식 의원이 얻은 표는 63대56으로 차이는 7표밖에 나지 않았다. 당선자 123명 중 70여 명에 이르는 친노·친문 등 주류 의원들의 표가 어느 한쪽으로 쏠리지 않았다는 의미다.

한 중진 의원은 "문재인 전 대표 처지에서는 계파 색깔이 옅으면서도 본인과 어느 정도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을 선호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친노·친문 계파에서는 원래 홍영표 의원이 원내대표로 나설 뜻이 있었지만 "문 대표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내부 만류에 따라 출마를 포기했다.

우 원내대표는 주류(主流)는 물론 비(非)주류의 지지도 함께 받았다. 원내대표 경선 1차 투표에서는 1위가 우원식(40표) 의원이었고, 2위가 우상호(36표) 원내대표였다. 진보 성향인 우원식 의원에게 당내 진보·강경 성향 당선자들의 지지가 있었다고 한다. 나머지 45표는 민병두(16표), 이상민(12표), 노웅래(9표), 강창일(8표) 의원 등 비주류에게 돌아갔다. 비주류 45표 중 결선투표에서 우 원내대표는 27표를 가져갔지만 우원식 의원은 16표를 더 얻는 데 그쳤다. 주류는 물론 비주류 성향 당선자들도 우 원내대표를 지원한 것으로 풀이된다. 우원식 의원은 "비주류 표가 나보다 친화력과 융통성이 있는 우상호 의원에게 간 것 같다"고 말했다.

우 원내대표는 연세대 총학생회장과 전대협 부의장을 지낸 대표적 '86 운동권(80년대 학번에 60년대 출생)' 출신 정치인이다. 그러나 우 원내대표는 극단적 강경파와는 거리를 두면서 중도 진보적 자세를 보여왔고, 대여(對與) 노선에서도 극단적 투쟁보다는 협상 쪽에 무게를 둬왔다. 우 원내대표가 친노 및 전대협 출신 등 주류와 중도 성향 비주류의 지원을 골고루 얻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번 총선 때 야권이 대승(大勝)을 거둔 수도권 지역 의원들도 서울 지역구인 우 원내대표를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 원내대표 당선으로 17대 국회 이후 줄곧 야권(野圈)의 주류에 있었지만 정치적 리더로서는 역량을 검증받지 못했던 '전대협 세대'가 본격적인 정치 리더십 시험대에 서게 됐다. 우 원내대표는 이날 당선 직후 "한국 정치에서 새로운 세대의 전면 등장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80년대 전대협과 총학생회 전성기를 이끌었던 '전대협 세대'는 이제 40대 후반에서 50대 후반이다. 전대협 세대 중에는 송영길(4선) 당선자가 더민주 당대표에 도전할 뜻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더민주는 '유능한 경제 정당'을 표방했고, 우 원내대표는 경제보다는 문화, 교육 분야에 밝다. 우 원내대표는 "경제 문제에 대해선 김종인 대표 등 전문가에게 대폭 역할을 드리고 도움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