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4일 우상호 의원을 새 원내대표로 선출함에 따라 새누리당 정진석,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와 함께 20대 국회를 이끌어갈 3당의 원내 사령탑이 확정됐다. 세 사람은 모두 '야당 대변인'을 지냈다는 공통점이 있다. 집권당 핵심 인사로서 야당을 상대해 봤고, 반대로 야당 핵심 당직자 입장에서 집권당을 상대해 본 경험도 갖고 있다. 특정 분야 전문가 출신이라기보다 '정치'가 본인들 전공이라고 할 수 있는 '프로'들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여소야대(與小野大)에 3당 체제까지 얽힌 복잡한 20대 국회 상황을 고려한 각 당 의원들의 선택"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20대 국회는 이 3명이 무슨 생각을 가지고 어떤 행동을 하느냐에 따라 그 모습이 달라질 수 있다. 정책 연대나, 연정(聯政) 또는 내년 대통령 선거 연대 등으로 발전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3명의 인연은

3명은 모두 DJ(김대중) 정부와 인연이 있다. 우 원내대표는 연세대 총학생회장을 지낸 운동권 출신으로 2000년 DJ 정부에 발탁돼 당시 새천년민주당 부대변인으로 정치를 시작했다. 박 원내대표는 DJ 정부를 만든 핵심이고, 정 원내대표는 DJP(김대중·김종필)연합이 정치적으로 왕성하게 돌아가던 시기인 1999년 김종필 자민련 총재에게 발탁돼 정계에 입문했다. 또 모두 정치적으로 중도 성향이다. 우 원내대표는 '중도진보', 정 원내대표는 '중도보수', 박 원내대표는 '중도'로 평가된다.

3명의 또 다른 공통점은 '야당 대변인'을 지냈다는 점이다. 우 원내대표는 한동안 야권의 '고정 대변인'으로 불렸다. 열린우리당, 대통합민주신당, 통합민주당 등 당명이 바뀌면서도 대변인을 계속 맡았다. 박 원내대표는 1992년 민주당 수석 부대변인을 시작으로 국민회의 대변인 등을 지냈다. 정 원내대표도 2001년 10월부터 자민련의 대변인을 지냈다.

3명 사이에서 연결 고리 역할을 할 사람은 박 원내대표다. 우·정 두 사람은 모두 박 원내대표를 '형님'이라고 부른다. 반면 우 원내대표는 "정 원내대표와는 특별한 인연이 없다"고 했다. 정·박 두 사람은 1988년에 처음 만나 30년 가까이 알고 지낸 사이다. 정 원내대표는 자신을 '친박'이라고 하는 데 대해 "친(親)박지원이라는 뜻도 된다"고 할 정도다. 박 원내대표는 우 원내대표와도 "무지하게 가까운 사이"라고 했다. 야당 계보로 보면 박·우 두 사람은 대변인 선·후배이다. 반면 우·정 두 사람은 17대 국회에서 잠시 의정 활동을 같이한 인연밖에 없다. 18대 국회 때는 우 원내대표가, 19대 때는 정 원내대표가 각각 낙선해 겹치지 않았다.

사안 따라 합종연횡 이뤄질 듯

이 때문에 20대 국회의 여야 협상에서는 박 원내대표의 역할이 커질 가능성이 크다. 의석 분포상으로도 국민의당(38석)은 더민주(123석)와 새누리당(122석) 사이에서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본지 통화에서 '새누리와 더민주 중 어느 당과 연정 또는 협치 논의가 가능하냐'는 질문에 "현안과 상황에 따라 다른 결정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민주 측은 내심 국민의당이 자기들 편에 서길 바라고 있다. 더민주 관계자는 "국민의당은 우리와 '한 핏줄'"이라고 했다. 실제로 어버이연합 불법자금 지원 의혹 규명과 관련해 두 야당은 협조하기로 했다. 새누리당도 국민의당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정 원내대표도 이날 국민의당을 방문해 "국민의당은 새누리당과 피가 섞인 듯하다"고도 했다. 새누리당 기존 지지자 중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당을 찍은 사람이 적지 않다는 얘기였다. 새누리당 김광림 정책위의장은 19대 총선에서 김성식 국민의당 정책위의장이 낙선한 뒤 그의 직원을 데려다 쓴 인연을 강조하기도 했다.

대선에도 영향 줄까?

우·정·박 3인은 모두 '연정'에 대해선 일단 선을 긋고 있다. 우·박 원내대표는 "지금은 연정 얘길 할 때가 아니다"라고 했고, 정 원내대표도 "헌법 정신과 충돌되는 부분이 있다"고 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대선 국면이 다가오면 어떤 식으로든 연정 내지는 연대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우 원내대표는 더민주와 국민의당 간 야권 연대의 필요성을 누구보다 강조해왔다. 정 원내대표는 본지 통화에서 "내년 대선은 현재의 어느 정파도 단독 집권하기 어렵다"고 했고, 박 원내대표도 한때 '영호남 연정론'을 거론한 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