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서울 어느 백화점 지하 주차장에서 접촉 사고를 겪었다. 70대 할머니가 진행 방향을 무시하고 달리다 엉뚱한 방향에서 튀어나와 차를 받았다. 백화점 주차 요원이 달려와 "진입 금지 표시가 있었다"고 하자 할머니는 갑자기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 아무것도 몰랐다며 어찌나 서럽게 우는지 항의 한번 못 했다. 얼마 전엔 출근길에 추돌 사고를 당했다. 60대 여교수가 미안한 기색도 없이 말했다. "당신 별로 다치지도 않은 것 같으니 바빠서 이만 가겠다. 현장 정리는 조교를 불러 시키겠다."

▶'김 여사'란 운전이 미숙한 중년 여성을 가리키는 우스개다. 그러나 '김 여사'의 막무가내 운전과 무례를 직접 겪어보니 웃을 일이 아니었다. 인터넷의 '김 여사' 시리즈 사진과 동영상을 보면 역주행과 마구잡이 유턴은 기본이다. 자동차 넉 대 세울 주차 공간 한가운데 세우기, 인도로 뛰어오르기도 예사다. 행인을 치고 피하려다 한 번 더 받는 끔찍한 장면도 있다.

▶50대 여성 사업가가 지난 주말 밤 차를 몰고 청주공항 활주로에 들어가 10분 넘게 돌아다녔다고 한다. 청주공항은 군용기와 민항기가 함께 쓴다. 이 여성은 공군 부대 초청으로 지역 인사 30여 명과 골프를 하고 비행단장 공관에서 저녁을 든 후 먼저 일어섰다. 그런데 웬일인지 차를 몰고 간 곳이 주차장 출구가 아닌 활주로 입구 초소였다. 여기서 "행사에 참석하고 나온다. 밖으로 나가겠다"고 하자 별다른 제지를 받지 않았다고 한다.

▶이 여성은 길을 잘못 들어 민항기가 주로 이착륙하는 활주로 끝 부분까지 진입했다. 그 사이 타이어까지 펑크 났다. 관제탑은 착륙하려던 항공기를 공중에서 20분 더 맴돌게 했다. 다른 항공기 세 편의 이착륙도 늦춰졌다. 만찬에 술이 나왔다지만 음주 운전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내비게이션에 부대 내 도로가 표시되지 않아 헤맸다고도 한다. 이 여성은 인터넷에서 '김 여사 끝판왕'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청주공항 김 여사' 사건은 웃어넘기기엔 아찔한 일이다. 그렇다 해도 운전이 서툴면 무조건 '김 여사'라 부르는 데엔 여성이 운전을 잘 못한다는 편견이 있다. 남자들은 여자보다 운전을 잘한다고 착각한다. 실제로 매우 위험한 운전자는 남자들이다. 미국 카네기멜런대가 조사했더니 남자는 1억 번 운전할 때 14.51명꼴, 여자는 6.55명꼴로 사망한다. 올해 초 경찰청 단속에선 난폭·보복 운전 모두 남자가 여자보다 26배와 45배쯤 많았다. 남녀 불문하고 '운전을 잘한다'는 것은 '안전하게 운전한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