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이 경선인 것 아시죠? 힐러리에게 투표하세요."

지난 4월 24일(현지 시각) 오전,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참여하고 있는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지지자 도리스(여·46)씨가 메릴랜드주(州) 베데스다(Bethesda) 주택가 일대를 분주히 돌아다녔다. 유권자의 집을 찾아다니는 선거운동인 이른바 '캔버싱(Canvassing)'을 하고 있었다.

한 여성 당원의 집 앞에 도착한 도리스씨는 현관문이 열리자 명부에 적힌 이름을 부르며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이어 간단히 자기소개를 하고 "경선에서 누구를 찍을지 결정했느냐"고 물었다.

지난달 26일(현지 시각) 미국 메릴랜드주(州) 베데스다에서 아산서원 학생들이 민주당 경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캠프의 캔버싱을 체험하고 있다.

초인종 소리에 커튼 사이로 슬쩍 내다본 뒤 반응하지 않는 사람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유권자는 호의적이었다. "힐러리의 이메일 스캔들은 어떻게 된 거냐" "진실하지 않은 것 같다"며 토론을 하는 이들도 있었다. 캔버싱 경력이 20년이라는 도리스씨는 "홍보가 아니라 유권자와 대화한다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했다.

캔버싱은 일반적으로 경선 한 달 전쯤에 시작된다. 외국인을 포함해 누구든, 각 지역의 후보 사무소에 들러 간단한 신상만 기재하면 200여명의 당원 명부와 홍보물을 지급받을 수 있다. 베데스다 힐러리 선거 사무소에선 평일엔 20여명, 주말엔 50여명이 캔버싱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 선거 사무소 책임자 토리(여·35)씨는 "캔버싱은 여론조사가 잡아내지 못하는 유권자의 구체적인 성향을 파악할 수 있게 해 준다"고 했다.

캔버싱의 기원은 로마 공화정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에서는 1800년대 초부터 선거전에 활용됐는데, 1998년 '캔버싱이 투표 확률을 20% 높인다'는 예일대 앨런·그린 교수팀 논문이 나온 뒤 정치권에서 더욱 관심을 쏟고 있다. 조지워싱턴대 정치경영대학원 그리프 교수는 "캔버싱을 통한 일대일 대면 접촉은 유권자에게 강렬한 각인 효과를 발휘한다"고 했다.

후보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캔버싱을 하고 있다. 공화당의 테드 크루즈 후보는 유권자의 정치적 성향과 관심을 가질 만한 이슈를 분석해주는 앱 'i360'을 자원봉사자들에게 보급해 캔버싱 성공률을 높이고 있다. 지난 2월 사우스캐롤라이나주 경선을 앞두고는 하루 8시간씩 캔버싱을 전담하는 유급 직원 250여명을 고용하기도 했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후보는 상대적으로 캔버싱에 신경을 쓰지 않는 편이다. 공개적으로 나서기 꺼리는 지지층 성향을 고려해 전화 홍보에 주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