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범 아들이 사형선고를 받자 노모는 교도소 옆에 작은 방을 얻었다. 새벽에 절에 다녀와 아침 9시가 되면 어김없이 교도소로 갔다. 그렇게 아들 곁을 지킨 세월이 18년이었다. '교도소 교화승(僧)' 박삼중 스님이 사연을 듣고 1978년 법무부 장관에게 탄원했다. 아들은 무기수로 감형됐고 불교에 귀의해 법사(法師)가 됐다. 노모는 1992년 세상을 떠나며 유언했다. "시신을 화장해 재를 밥풀과 꿀에 섞어 들에 뿌려주오. 산새들에게 먹여 내 죗값을 치르고 싶소."

▶일제 강점기 서울 서대문형무소 주변엔 '옥바라지 골목'이 있었다. 무더기로 갇힌 독립운동가들을 수발하러 가족들이 몰리면서 생긴 여관촌이다. 백범 김구의 어머니 곽낙원 여사도 이 골목에 머물며 옥바라지를 했다고 한다. 작년 말까지만 해도 이곳에서 영업하는 여관이 스무 곳을 넘었지만 얼마 전 재개발을 하면서 거의 사라졌다.

▶옛 옥바라지엔 가족에게 바치는 절절한 사랑이 있었다. 시대가 바뀐 탓일까. 힘과 돈에 얽힌 옥바라지 이야기가 더 많다. 2000년대 중반 서울구치소에 재벌 회장과 정치인을 비롯한 '범털' 서른 명이 동시에 수감된 적이 있었다. 그때 보좌관·비서들이 '옥바라지용 오피스텔'을 구하느라 일대 부동산이 특수(特需)를 누렸다. 나중엔 수감자 면회를 전담하는 '집사 변호사'에 옥바라지 대행 회사까지 생겼다.

▶여덟 달 옥바라지 대가로 75억원을 받았다는 사람의 세금 소송 기사가 어제 신문에 실렸다. 재작년에 숨진 재미(在美) 무기 중개상 조풍언씨가 2008년 배임과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 수감됐을 때 수발했던 조씨 회사 직원 이야기다. 그가 한 일은 주로 조씨의 말을 변호인과 가족에게 전해주고 영치금을 넣어주는 것이었다고 한다. 아무리 봐도 그 일의 대가치곤 너무 거액이다.

▶조씨는 석방된 뒤 회사 주식 215만주를 이 직원에게 넘긴다는 합의서를 썼다고 한다. 그랬다가 주식을 주지 않고 버티자 직원이 소송을 냈고 법원에서 '주식 대신 75억원을 준다'는 중재가 이뤄졌다. 국세청은 이 돈에 소득세 26억원을 부과했다. 직원은 "변호사에 준하는 인적 용역을 제공하고 받은 돈이니 법에 따라 80%를 비과세 처리해야 한다"고 소송을 냈다. 법원은 며칠 전 "옥바라지를 전문적 용역으로 볼 수 없다"며 국세청 손을 들어줬다. 생전에 조씨는 주식 양도 합의서를 쓴 것이 "석방 후 앓은 우울증과 불면증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 이상 가는 이유가 분명 있을 것이다. 거액이 얽힌 옥바라지의 진짜 사연이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