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정 계속될 것 같던 리그 최다 연승 기록이 첫날 깨지는 등 화제 속에 2016 내셔널 바둑리그가 막을 올렸다. 4월 30일 외국어대 오바마홀서 열린 개막전서 아마추어 시니어 랭킹 1위 조민수(55·전라남도)는 2013년 이후 지난해까지 이 대회서 26연승을 질주해온 최호철(44·경남 한림건설)의 연승 행진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올해 내셔널리그 참가자는 선수 102명, 감독 등 임원 포함 156명에 달한다. 단일 바둑대회로는 역대 국내 최대 규모다. 출전 기사들 대다수가 프로의 벽 앞에 좌절을 맛봤던 아마추어지만 막강한 실력과 스타성, 사연을 갖춘 '레전드'가 즐비하다. 장시영(62·강원도), 서부길(61·인천 SRC) 등 60대, 지난해까지 선수로 뛰다 감독으로 변신한 박성균(59·경북 한국광물)도 주목받고 있다.

(왼쪽부터)주니어 최고령 하성봉, 세계 2관왕 출신 송홍석, 전년도 여자 다승왕 류승희.

주니어부(만 40세 이하) 최고령인 하성봉(34)은 웬만한 팬들에겐 이세돌만큼이나 익숙한 이름이다. 실제로 1990년대 이세돌 최철한 등과 입단을 놓고 치열하게 다투다 간발의 차로 뜻을 못 이룬 전력이 있다. 2명을 뽑는데 3위를 기록한 경우가 속출하면서 하성봉은 '가장 불운한 아마추어'로 불리곤 했다.

하성봉의 우승 횟수는 15회, 군소 대회까지 포함하면 30회에 육박한다. 하성봉이 몸담게 된 화성시 팀이 갓 연구생에서 나온 20세 전후 강자들을 제쳐놓고 그를 선발한 것에서 하성봉에 대한 신뢰를 엿볼 수 있다.

송홍석(28·대구 덕영)의 바둑 인생도 파란만장했다. 입단 대회에 서른 번 가까이 출전했고, 본선에 오른 경우도 10번이 넘었다. 2002년엔 김지석에게 반집을 져 운명이 갈렸다. 대신 아마추어 대회를 휩쓸었다. 국무총리배(2009년)와 세계아마선수권(2010년) 등 양대 세계 아마대회를 석권한 최초의 기사인 그는 오는 7월 페어 월드컵에 전유진과 함께 출전할 예정. "커제·스웨·박정환·최정 등 최고 프로들과 맞대결할 생각에 가슴이 설레지만 내셔널리그 팀 우승이 우선"이란 게 그의 각오다.

여자 선수 중에선 류승희(26)와 김수영(26)이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내셔널리그서 9승 2패로 여자 다승왕에 오르며 소속 팀의 우승에 앞장섰던 류승희(경남 한림건설)는 바둑TV 구성 작가로도 맹활약 중이다. 2년 가까이 국내 여자 아마추어 톱랭커로 군림 중인 김수영(대구 덕영)은 내셔널 리그에서 소속 팀을 두 차례나 우승으로 이끌었던 주역. 2012년 이후 4년 만에 여자 MVP로 복귀할지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2016 제주삼다수배 내셔널리그는 전국 시도를 대표하는 18개 팀이 정규리그(총 765국)와 포스트 시즌을 거치는 방식으로 장장 9개월간 계속된다. 매 경기 5대5의 팀 리그로 진행하되 주니어 3명, 여성 및 시니어 합해 2명이 출전한다. 정규리그 우승 1000만원, 포스트 시즌 우승 2000만원 등 총상금은 1억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