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순 안전보건공단 이사장

얼마 전 경기도 이천의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사소한 부주의로 철근 다발이 쓰러지면서 근로자 3명이 크게 다쳤다. 또 경남 김해의 공장 신축 공사장에서는 옹벽이 무너지면서 작업자 3명이 사망했다. 이렇게 올 들어 건설 현장 사고가 증가하고 있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사망자만 30% 넘게 늘었다.

건설 현장은 작업 특성상 위험 요소가 많다. 원론적으로 말해 위험하지 않은 공사는 없다. 사고는 사람이 높은 '에너지'를 다루거나 접촉할 때 흔히 발생한다. 건설 현장이 특히 그런 곳이다. 아파트 공사장을 보자. 터파기, 거푸집, 철골 공사 등 수많은 종류의 작업이 연속된다. 터파기만 해도 옹벽이 무너지거나, 근로자가 추락하거나, 무거운 것이 떨어지는 등의 사고가 생길 수 있고, 건설 기계에 의한 사고 위험도 상존한다. 한마디로 건설 현장 근로자는 숱한 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현장의 지휘·감독자는 물론 근로자 스스로 발생 가능한 위험 요인을 찾아내 없애거나 상황별로 안전을 확인한 후 일해야 한다.

그렇지만 이런 사고 요인을 아무나 찾아낼 수 있는 것은 아닌 점이 문제이다. 현장에 존재하는 다양한 위험을 정확하게 탐지하고 조치하려면 작업 공정, 설비, 그리고 사람의 행동 특성에 대해 상당한 지식과 기술이 있어야 한다. 또 이런 지식을 가졌다고 사고를 다 예방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작업과 관련된 각종 사고 사례를 수집해 간접 경험으로 쌓아둘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이중, 삼중으로 점검하고 확인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노·사가 자율적으로 안전 활동을 체계화한 시스템적 위험 관리가 최선이다.

사업장별 위험 요인은 현장 근로자와 사업주가 가장 잘 안다. 노사가 작업별 위험 요인을 찾아내고, 예방책을 세우고, 미리 교육시켜야 한다. 또 일상적인 점검과 의견 수렴을 통해 지속적으로 문제를 보완해야 한다. 사고를 예방하겠다는 적극적 의지, 그리고 의사가 환자를 진찰하듯 위험을 찾고 대처하려는 시스템적 관리가 정착돼야 근로자들이 안전한 사업장에서 건강하게 일할 수 있다. 재해 없는 안전한 일터, 사고 없는 안전한 일상을 위해 당장 주변의 위험 요인은 무엇인지 살펴보자. 작은 것도 놓치지 않겠다는 관심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