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절망할 힘도 남아있지 않아요."

김원희(가명)씨가 버터플라이이펙트가 내놓은 세퓨 가습기 살균제를 접한 것은 2009년 말이었다. 갓 태어난 아이를 위해 가습기를 켜두는 경우가 많았는데 '가습기를 깨끗이 청소하지 않으면 폐렴에 걸릴 수 있다'는 소리를 듣고서였다. 김씨는 아이가 사용한다는 생각에 인터넷을 뒤져 '유기농, 천연원료'를 사용해 만들었다는 세퓨 제품을 구입했다. '유럽인증' '마시더라도 무해한 성분'이라는 광고 내용을 믿었다고 한다.

세퓨 살균제 사용 이후 건강하던 아이는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고, 태어난 지 3년 만인 2011년 여름 세상을 떠났다. 화목하던 가정은 풍비박산이 났다. 남편은 '왜 하필 그 살균제를 샀느냐'고 타박을 했다. 다툼이 잦아지면서 김씨 부부는 얼마 안 가 이혼을 했다. 그러나 김씨는 피해를 하소연할 곳도, 항의할 곳도 없었다.

세퓨를 만들어 판 버터플라이이펙트는 직원이 10명 정도 되는 작은 업체였고, 가습기 살균제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진 2011년 폐업해버렸기 때문이다. 옥시나 롯데마트, 홈플러스 같은 큰 회사들이 만든 가습기 살균제로 피해본 사람들은 회사를 상대로 따지고, 소송도 내고, 일부는 합의금도 받았다. 하지만 김씨의 경우 그럴 상대가 없어진 것이다.

세퓨는 지난 2009년부터 2011년까지 3년여간 판매됐는데 사망자만 14명 등 27명의 피해자를 낳았다. 김씨를 비롯한 피해자 상당수는 생활고를 겪고 있다고 한다. 가습기 살균제 때문에 정기적으로 폐 검사를 받아야 하는 환자들도 있다.

세퓨로 인한 사망자는 옥시와 롯데마트 제품 사망자에 이어 셋째로 숫자가 많다. 판매 기간이나 판매량이 훨씬 적은데도 이렇게 된 것은 세퓨가 살균제 원료로 쓴 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 때문이다. PGH는 옥시가 원료로 쓴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보다 독성이 4배가량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검찰에 따르면 버터플라이이펙트 대표였던 오모씨는 인터넷과 서적 등을 보고 물과 PGH를 적당히 섞어 살균제를 만들었다고 한다. 오씨는 그랬으면서도 'PGH는 EU의 승인을 받고 유럽 환경국가들에서 널리 쓰이고 있으며, 마시더라도 무해한 살균 성분'이라고 엉터리 광고를 했다고 검찰은 말했다. 검찰은 "세퓨 개발 당시엔 정부 당국의 허가가 필요 없었다"고 말했다. 검찰은 오씨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할 방침이다.

한편 환경부는 지난 28일 열린 가습기 살균제 조사·판정위원회에서 폐 질환 외에 기관지·심혈관계 질환, 비염 등 피해 가능성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고, 판정에 필요한 피해 기준 등을 마련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