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28일 가진 4·13 총선 호남 참패 평가 토론회에서 김종인 대표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고 한다. 친노·운동권 성향 의원들은 "테러방지법 반대 필리버스터로 기회를 잡을 수 있었는데 김 대표의 '비례대표 2번 셀프 공천'으로 망했다" "김 대표의 국보위 참여 논란이 공격 소재가 됐다"고 했다. 자신들이 영입했던 김 대표에게 패배의 굴레를 씌우는 듯한 발언들이다.

일부 외부 인사가 '호남이 지지하지 않으면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한 문재인 전 대표의 광주 선언과 호남 홀대론 방치에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하긴 했다. 하지만 친문(親文) 의원들은 "문 전 대표의 호남 방문 후 당 지지도가 떨어졌다는 근거를 대라"고 반박했다. 당의 주류인 친노·운동권 인사들 입에서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한다는 말은 나오지 않았다.

김 대표가 비례 2번에 집착하는 모습으로 실망을 안긴 건 맞다. 그의 국보위 전력도 악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러나 그가 주도한 공천 물갈이와 노선 변화 움직임이 기대감을 일으켰던 것 또한 사실이다. 당 지지율도 바로 그때 반전되지 않았던가.

오히려 전문가 중심의 비례대표 공천안을 송두리째 뒤집어 과거로 회귀시킨 쪽은 친노·운동권이다. 문 대표의 광주 발언 또한 호남에 대한 협박과 강요로 비치면서 적잖은 반발을 샀다. 근본적으로는 강경파가 당을 장악해 무조건 반대하고 싸우는 투쟁 집단 행태를 보여 집권 가능성을 떨어뜨린 것이 호남에서 외면당하는 결과를 낳았다.

문 전 대표는 지난 대선 때 호남에서 284만여 표를 얻었다. 하지만 이번에 더민주가 호남 비례대표 투표에서 얻은 표는 국민의당의 64% 수준인 78만여 표에 불과했다. 대선에 비해 200만 표 이상 줄어든 것이다. 최근 호남 여론조사 지지율도 국민의당 절반 수준이다. 객관적 상황이 이러한데도 운 좋게 살아 돌아온 당 주류가 자신들의 잘못을 되돌아보기는커녕 남 탓만 하고 있는 것이다.

이래선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에 대해 반성하지도 바뀌지도 않는다고 비판할 자격이 없다. 더민주가 제1당이 된 것은 스스로 잘해서가 아니라 여당의 국정 실패와 공천 막장극에 따른 반사 효과였다는 것을 망각해선 안 된다. 겸허하게 반성하고 바로잡아 나가지 않는다면 호남 지지율 회복도, 수권(受權) 정당으로 가는 길도 쉽지 않을 것이다.


[사설] 정치판 바뀌니 野 등에 업고 대통령에게 反旗 든 한국은행
[사설] 현대車노조의 '승진 거부권' 요구는 해외 토픽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