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북의 '교육 1번지'로 꼽히는 지역의 중학교에 다니는 A군은 2014년 봄 동급생 B군을 '장애인'이라고 놀렸다. A군은 B군을 갑자기 밀치기도 했고, "장애가 늘었어"라고 노래를 부르며 놀리기도 했다. 담임 선생님의 주의를 받고 A군은 한동안 잠잠했다. 그러다 2학기가 되자 A군은 다시 "친구가 없다"며 B군을 놀리고 따돌렸다. B군은 "학교생활이 힘들다"며 생활지도부에 A군을 신고했다.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는 2014년 10월 '교내 봉사 5일'을 결의했고, 학교는 A군에게 해당 처분을 내렸다. A군은 서울시교육청에 행정심판을 청구했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작년 9월 "교내봉사 5일 처분을 취소하라"며 소송을 냈다.

최근 학교에서 '교내 봉사 5일' 등 비교적 가벼운 처분을 받은 학생이나 학부모들이 소송을 내는 경우가 늘고 있다. 퇴학 같은 중징계 처분에 대한 취소 소송은 과거에도 종종 있었다. 그러나 최근엔 대학 입시뿐만 아니라 특목고·자사고 입시 경쟁도 치열해지면서, 조금이라도 불이익을 받지 않으려는 학생과 학부모들이 교내 징계 처분에 대해 소송을 불사하는 것이다.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는 학교 폭력 가해학생에게 서면사과나 교내 봉사 같은 비교적 가벼운 징계부터 전학이나 퇴학 등의 처분을 학교장에게 요청할 수 있다. 이런 처분은 학교생활기록부에 기록이 남는다. A군 사건에서 학교 측은 "A군이 2014년 교내 봉사 5일을 끝내서, 처분 취소 소송을 내도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재판부는 "중학교 졸업 전까지 교내 봉사 처분 사실이 학생부에 기록돼 고교 입학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어 A군의 소송은 적법하다"며 심리를 진행했다.

A군의 부모는 "B군을 놀린 것에 대해선 이미 벌점과 상담을 받았고, 이후 학교 폭력에 관여하지 않았다"며 "아들이 심리적 압박을 받는 상태에서 반성문을 제출했는데, 이를 근거로 교내 봉사 처분을 내린 것은 위법하다"는 등의 주장을 했다. 그러나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재판장 윤경아)는 A군에 대해 패소 판결했다고 27일 밝혔다. 재판부는 여러 증거를 볼 때 A군의 학교 폭력 사실이 인정되며, 담임교사 지도에도 A군 태도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 등을 볼 때 교내 봉사 5일 처분은 적법하다고 봤다.

앞서 서울행정법원은 2014년 7월 동급생에게 욕설을 담은 문자메시지를 보냈다는 이유로 교내 봉사 5일과 상담치료 처분을 받은 여중생이 학교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학교 처분은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같은 반 친구를 쫓아다니고 마치 때릴 것처럼 나뭇가지를 휘둘러 서면사과, 접촉·협박·보복 행위 금지, 특별교육이수 조치를 받은 초등학교 1학년 학생의 부모가 소송을 낸 사례도 있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3월 서면사과를 제외한 다른 조치는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최근 학교 폭력으로 가벼운 처분을 받은 학생들의 행정심판 청구가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과거보다 학생부에 여러 내용이 기록되고 상급 학교 진학에 영향을 미친다"며 "학부모들이 학생부에 징계 처분이 남는 것에 많은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