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 지급 대상 테슬라는 제외… "모델3도 힘들 것"
"美 보잉에 항공기 주도권 뺏긴 1960년대와 견줄 만"

독일 정부가 27일(현지시각) 10억 유로(약 1조3000억원) 규모의 전기자동차 부양책을 내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독일이 국가 차원에서 미국 테슬라에게 세계 전기차 시장의 주도권을 뺏기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으로 풀이했다.

BMW의 하이브리드 전가차 모델인 i3

◆전기차 신규 구입, 최대 520만원 보조금

WSJ에 따르면 이날 지그마이어 가브리엘 독일 경제부총리 겸 경제에너지부 장관은 오는 2020년까지 독일에서 전기차를 새로이 구매하는 사람에게 4000유로(약 520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하이브리드 차량엔 3000유로(약 390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을 골자로 한 전기차 육성안을 내놨다.

독일 정부는 또 전국에 3억 개의 전기차 충전소를 확충하고 전기차에 대한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등 전기차 육성에 총 10억 유로 이상을 지원할 계획이다. 독일 차 산업계는 이 같은 정부 지원 댓가로 보조금의 절반을 부담하고, 전기차 배터리 등 기술 개발 투자를 강화키로 합의했다.

독일 정부는 현재 5만대 수준인 전기차를 오는 2020년까지 100만대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이번 조치로 독일의 전기차 판매가 획기적인 수준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테슬라는 제외됐다. 이번 정책 보조금 지급 대상은 출고가 6만 유로(약 7780만원)이하 차량으로 한정했기 때문이다. 테슬라가 지난해 출시한 럭셔리 세단인 ‘모델S’의 출고가는 10만유로(약 1억 3000만원)다. 테슬라가 최근 출시 계획을 밝힌 보급형 전기차 ‘모델3(출고가 3만5000달러)’은 시장에 출시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급 대상이 아니다.

WSJ는 “독일의 이번 정책은 반 테슬라 정책이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WSJ는 쇼이블레 장관의 발언을 인용 “보조금 지급은 선착순으로 된다”며 모델3는 지급 대상에 포함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테슬라는 내년 말부터 모델 3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업계는 모델 3가 오는 2018년은 돼야 글로벌 시장에 유통될 것으로 보고 있다.

◆ 獨 실리콘밸리 발 자동차 산업변화 ‘위기감’ 팽배

WSJ는 “독일 정부는 실리콘 밸리와 아시아 발(發)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거대한 변화에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전기차로 자동차 시장의 흐름이 빠르게 넘어가면 독일의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주도권을 놓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졌단 뜻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가브리엘 부총리는 전기차 육성 정책을 1960년대 유럽이 미국의 대형 항공기 산업에 대항하기 위해 에어버스(유럽 항공기 제조업체)를 지원했던 것과 비교했다. 가브리엘 총리는 “현재 전기자동차 개발을 독일에 본사가 없는 회사들이 주도하고 있다”며 “1960년대의 상황과 똑같다”고 우려했다.

WSJ에 따르면 올 초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폭스바겐, BMW AG, 다임러 등 독일 주요 자동차 기업 최고경영자(CEO)가 모인 자동차 산업 비공개 회의에서 ”미국 테슬라를 어떻게 할 거냐”며 쏘아붙였다.

테슬라의 ‘모델S’는 지난해 출시와 동시에 유럽연합(EU) 하이브리드 전기차 부문에서 3위를 차지했다. WSJ는 “테슬라의 모델S 판매고는 일부 시장에서 벤츠의 럭셔리 세단인 S클래스를 넘어섰다”고 설명했다.

◆ 디젤차 연비조작 독일차 ‘불신’ 커진 것도 한몫

WSJ는 “테슬라의 모델3 출시 계획에 대대적 관심이 쏠린 것도 독일 정부를 자극했다”고 전했다. 테슬라는 모델3에 대해 1000달러(약 120만원) 선 주문 예약을 받은 결과 약 30만 명이 몰렸다고 밝혔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당초 전기차 보조금 정책에 반대했으나, 지난 3월 BMW의 헤럴드 크루거 회장과 면담 이후 찬성 쪽으로 돌아선 것으로 알려졌다. WSJ는 소식통을 인용해 “테슬라3 모델에 대한 인기가 예상을 뛰어넘자, 독일 정부도 긴급 조치의 필요성에 대한 의심을 거뒀다”고 전했다.

지난해 독일 차 업체인 폭스바겐의 디젤차량 연비조작 사건이 터지면서 디젤차에 대한 불신이 커진 것도 한 몫했다. 독일 차 업체들은 그동안 전기차 대신 연비가 좋은 디젤차 개발에 집중해 왔다. EU 집행위원회는 디젤차 연비조작과 관련, 푸조와 다임러 등 글로벌 완성차 업계로 조사를 확대한 상태다.

한편 WSJ는 “전기 자동차의 가장 중요한 구성 요소인 배터리 생산은 삼성전자와 LG전자 파나소닉 등 아시아 제조업체가 주도하고 있다”며 “독일 정부의 전기차 육성책은 단순 차체 뿐만 아니라 차세대 베터리 기술 개발 등도 포함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