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유력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캠프에 큰 영향력을 미치는 외교·안보 브레인 3인방이 26일 서울을 찾았다. 아산정책연구원(원장 함재봉)이 개최한 '아산 플래넘 2016' 참석차 방한한 커트 캠벨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로버트 아인혼 전 국무부 비확산·군축 담당 특보, 존 햄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소장은 연쇄 기자 간담회에서 미국의 재균형 정책, 북핵 해법 등 미국의 동아시아 외교·안보 정책 전반에 대해 견해를 밝혔다.

캠벨과 아인혼은 대표적인 '힐러리 사단' 멤버들이며, 햄리는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 국방부 부장관을 지냈다. 이들은 힐러리 당선 시 새 행정부에서 각각 동아태(캠벨), 비핵화·비확산(아인혼), 군사·안보(햄리) 분야에서 중책을 맡을 가능성이 크다. 외교가에선 "미리 보는 '힐러리 행정부 동북아 정책 설명회' 같았다"는 말이 나왔다.

"클린턴 당선시 亞 중시 정책 강화"

오바마 1기 행정부에서 미국의 '아시아 회귀 정책'(재균형 정책)을 설계한 캠벨 전 차관보는 이날 만찬사에서 "21세기 역사는 아시아 중심으로 펼쳐질 것"이라며 "앞으로 10~15년은 초당적 협력 속에 다시 한 번 아시아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클린턴 후보만큼 아태 지역에서 이루고자 하는 것이 많은 사람도 없다"며 "클린턴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아시아에서 미국의 역할은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했다.

["김정은, 전쟁할 생각 없어... 분해서 미사일 쏜 것"]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란?]

그는 "향후 10년간 상당히 개선되길 바라는 단 하나의 관계가 있다면 그건 한·일 관계"라며 "양국이 좋은 관계 속에서 더 효율적으로 협력하는 게 미국의 전략적 이해에 부합한다"고 했다. 그는 "한·일이 알아서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며 "미국이 양국의 관계 개선을 강력 요구하는 게 엄청나게 중요하다"고 했다.

"미 타격 능력 갖춰도 대북 정책 불변"

햄리 소장은 "김정은은 결국 끝이 안 보이는 길을 걷고 있다"며 "핵무기가 궁극적으로 안전과 정당성을 보장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그럴 리 없다"고 했다. 아인혼 전 특보도 "북한이 핵탄두로 미국 본토를 타격할 능력을 갖춘다 해도 미국의 대북 정책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북한의 잇따른 도발에 대해 캠벨 전 차관보는 "북이 계속 도발하면 미국은 좀 더 강한 압박 조치에 나설 수밖에 없다"며 "탈북자들에 대한 지원을 크게 늘리거나 북한 내부로의 정보 유입 능력도 대폭 강화할 수 있다"고 했다. 또 "북한 주변국들과 함께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작업도 할 수 있다"며 '급변 사태' 준비의 필요성도 시사했다.

북핵 해법과 관련, 캠벨 전 차관보는 "한·미·일·중·러 5자가 협상의 문을 열어둬야 한다"면서도 "지난 20여 년간 남북 간에 또는 6자회담에서 맺어진 모든 합의를 어기고 기만해온 북한의 습성 때문에 많은 사람이 낙담한 게 사실"이라고 했다. ◇"대북 핵 공격 옵션 배제 안 해"

아인혼 전 특보는 미국의 핵우산 공약에 대한 한국 내 회의적 시각에 대해 "북한을 선제공격하진 않겠지만 핵무기를 사용하는 옵션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는 "미국엔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 예외적 상황이 몇 가지 있다"며 "미국이나 동맹국이 대대적인 재래식 공격을 받으면 억제책으로서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차원"이라고 했다.

한국 일각에서 불거진 핵무장론에 대해 햄리 소장은 "한국이 핵무장을 하면 실수"라고 했다. 다만 "한국 내에서 미국 핵우산의 유효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는 게 사실"이라며 "미국의 차기 대통령은 한국에 핵우산을 제공하겠다는 의지를 다시 보임으로써 한국의 신뢰를 굳건히 해야 한다"고 했다.

아인혼 전 특보도 "한국이 핵무장으로 얻게 될 인센티브는 아주 아주 적다"며 "오히려 핵 역량 보유로 인해 치러야 할 대가가 막대하다"고 했다. 그는 "금전적 비용뿐 아니라 (원전 가동 등) 에너지 분야에서 부담이 되며 한·미 상호 방위조약에도 금이 갈 것"이라고 했다.

"中, 한국 공격 시에만 사드가 위협"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한반도 배치 문제와 관련, 햄리 소장은 "사드가 중국의 공격 능력을 위협한다는 중국의 주장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사드가 중국에 위협이 되는 순간은 중국이 한국을 미사일로 공격할 때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 미사일은 한반도에서 1000㎞ 이상 떨어져 있고 사드 레이더의 탐지 거리는 250㎞다. 중국 미사일이 한반도를 향해 날아올 때만 레이더로 볼 수 있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