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데자네이루(브라질)=오유교 기자

2016 리우올림픽이 100일 앞으로 다가왔다. 리우올림픽은 오는 8월 5일(현지 시각) 개막식을 시작으로 21일까지 17일간 열린다. 1896년 제1회 아테네 올림픽 이후 남미 대륙에서 처음으로 치러지는 올림픽이다.

최근 찾은 올림픽 개최 도시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는 도시가 하나의 거대한 공사판 같았다. 개막일까지 일정을 맞추기 위해 곳곳에서 '초치기 공사'가 벌어지고 있었다. 도심과 주요 경기장을 연결하는 간선도로는 공사 때문에 일부 차로가 통제된 상태였다. 공사 관계자는 "2년 전에 시작된 공사가 아직 끝나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도로를 뒤덮은 뿌연 먼지가 화창한 리우의 하늘과 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었다.

리우의 교통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출퇴근 시간에 택시를 타면 5㎞를 가는 데 2시간 가까이 걸리기도 했다. 택시기사는 "차라리 걸어가는 게 빠를 것"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작년 네덜란드 내비게이션 제조업체 톰톰의 조사에 따르면, 리우는 전 세계 146개 주요 도시 가운데 이스탄불(터키)·멕시코시티(멕시코)에 이어 교통 체증이 셋째로 심각했다. 수백만명이 찾을 올림픽의 교통 상태는 상상도 하기 어려웠다.

정전 사고 발생했던 체조 경기장 - 지난 16~22일 열린 리우올림픽 체조 테스트 이벤트에서는 1시간가량의 정전으로 선수들이 불편을 겪었다. 경기장 조명이 어둡다는 지적도 나왔다. 여자 기계체조 평균대 경기를 치르고 있는 프랑스의 마린 브레베.

상황이 이렇다 보니 리우시는 올림픽 기간에 일부 차로를 아예 선수단과 여행객을 위한 전용차로로 활용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올림픽이 코앞이지만 일부 경기장에선 아직도 연장 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실내 사이클 경기장인 벨로드롬은 공기(工期)를 맞추지 못해 지난달 예정됐던 테스트 이벤트를 이달로 미뤘고, 결국 대회가 취소됐다.

지역 매체 '리우타임스'는 "벨로드롬 공사가 올림픽 직전에야 마무리될 것 같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승마·테니스 경기장 등도 아직 공사가 한창이다. 무리한 벼락치기 공사 탓에 사고도 잇따르고 있다. AFP통신은 "최근 3년간 올림픽 건설 현장에서 11명이 숨졌다"며 "당국의 계획 부재가 원인"이라고 했다.

초치기 후유증? 석달만에 무너진 올림픽 자전거 고가도로 - 리우 해변가의‘올림픽 자전거 고가도로’중간 부분이 뚝 끊어진 모습. 지난 21일 파도가 몰아치자 중간이 잘려나가면서 2명이 숨졌다. 완공 3개월 만의 사고에 부실공사 의혹이 제기됐다. 140억원을 투입한 이 도로는 올림픽 파크와 조정·트라이애슬론 경기장을 잇는 올림픽 시설 사업의 일환이었다.

[올림픽이 열리는 브라질은 어디?]

[[키워드 정보] 퍼펙트 스톰이란?]

올림픽은 32개 경기장에서 열린다. 이미 완공된 시설도 곳곳에서 허점이 보였다. 사격 경기장의 경우 최근 테스트 이벤트 당시 냉방 시설이 완비되지 않아 각국 선수단의 비난이 쏟아졌다. 땀을 뻘뻘 흘리며 경기를 했던 진종오(KT) 등 한국 선수들은 "이렇게 더운 곳에서 경기한 것은 처음"이라고 했다. 체조 경기장에선 1시간 가까이 느닷없는 정전 사태가 일어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지카 바이러스의 위협도 여전하다. 아직 리우에선 '남미 최초 올림픽'이라는 자부심이나 열기를 느끼기 어려웠다. "올림픽에 예산 낭비 하지 말고 병들어가는 교육에 투자하라"며 전국 70개 이상 학교에서 학생들의 '점거 시위'가 매일같이 벌어지고 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브라질 사람들은 올림픽보다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에 대한 하원의 탄핵에 더 관심이 커 보였다. 올림픽 입장권 판매율은 이제 절반을 약간 웃돌고 있다. 올림픽까지는 이제 100일. 브라질과 리우가 갈 길은 무척 멀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