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식 서울 중구청장

최근 일본·대만·필리핀·칠레·에콰도르 등 이른바 '불의 고리'에서 일어난 강진으로 수천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우리나라도 올 들어 규모 2.0 이상 지진이 20번이나 있었고, 이 중 3.0 넘는 것이 6번이다. 지난 40년간 규모 5.0 이상 지진은 5번이었는데, 이 중 3번은 2000년 이후에 일어났다. 걱정되는 점은 지진 빈도가 증가하고 강진 발생 가능성도 커진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도 더 이상은 지진 안전 지역이 아님을 뜻한다.

이에 따라 건물의 내진 성능을 강화하자는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전국적으로 내진 설계가 된 건물은 35%에 불과하다. 공공건물도 내진 설계 대상인 10만여곳 가운데 실제로 적용된 곳은 42%에 불과하다. 오랜 역사를 가진 도시의 건물일수록 지진에 취약하다. 서울의 경우, 내진 설계 대상인 29만여동 가운데 26%만 내진 설계를 한 것이다. 특히 구도심인 중구는 겨우 7%만 내진 설계를 한 상태여서 거의 대부분이 지진 무방비 상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듯 국내 건축물 대부분 내진 설계가 돼 있지 않으니 규모 6.0 이상급 지진이 발생할 경우 상상조차 어려운 인명과 재산 피해가 따를 것으로 우려된다.

우리나라의 내진 설계는 1988년 도입 이후 조금씩 강화돼 현재 3층 이상, 연면적 500㎡ 이상 건축물로 확대됐다. 문제는 이 기준에서 제외되는 저층 건물들로, 우리나라 전체 건물의 80%를 차지한다. 또 1988년 이전에 지은 모든 건축물과 1988~2005년 건립한 3∼5층 건물도 취약하다. 내진 설계 도입 전에 지은 건물들에 대한 보강이 시급한 것이다. 공공건물은 의무적으로 보강하게 돼 있지만 민간 건축물은 강제할 수 없는 것이 문제다.

따라서 건물주가 스스로 보강하도록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우선 3층 이하거나 연면적 500㎡ 미만이어서 내진 설계 대상이 아닌 건물을 신축하거나 대수선할 때 내진 기능을 넣으면 건폐·용적률 완화와 같은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이 있다. 재정 지원도 병행돼야 할 것이다. 보강 비용에 대한 장기 저리 융자를 통해 적극 나서도록 이끌면 어떨까. 안전한 도시는 모두의 공감대와 참여를 통해서만 실현된다. 따라서 참여를 유도하는 실현 가능한 제도가 필요하다. 지진의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바로 움직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