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십 평생 파르시(이란어)밖에 모르고 살았는데 얼마 전부터 영어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24일(현지 시각) 수도 테헤란에서 만난 택시 운전기사 레다 라프하드씨는 "요즘 손님 열 명 중 한 명은 외국인"이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대(對)이란 경제 제재가 해제된 지 100일째인 이날 테헤란 곳곳은 대형 건설 공사로 도시 재건에 분주한 모습이었다. 거리는 신축 공사 소리로 요란했다. 제재 해제에 따른 특수를 기대하고 외국 기업 지사가 입주할 사무용 빌딩이 세워지고 있었다. 부동산 업체 다르야니의 코라산 실장은 "최근 베르사체 등 유럽의 유명 패션 업체들이 새롭게 점포를 열었다"면서 "외국 자본이 단기간에 테헤란 부동산으로 몰리면서 건물 임대료도 크게 올랐다"고 했다.
이란 당국은 외국인 입국자가 급증하자 이들의 편의를 위해 최근 비자의 체류 기간을 15일에서 30일로 늘리고 발급 기준을 완화했다. 프랑스 국적기 에어프랑스는 지난 17일 8년 만에 이란행 노선을 재개했다. 17일부터 주 3회 출항하고 있다. 독일 등 다른 유럽 항공사도 정기 출항을 준비 중이다.
각국이 정부 차원 또는 민간 차원에서 이란과의 교류를 확대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란과의 경제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박근혜 대통령이 내달 1일부터 사흘 동안 이란을 국빈 방문한다.
외국 정부와 기업 관계자들이 몰리면서 테헤란 내 4~5성급 호텔은 빈방을 찾기 힘들다. 코트라 테헤란 무역관에 따르면 한국 기업 중 테헤란 내 숙소를 구하지 못해 출장을 취소한 경우도 있다고 한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을 예방하려는 세계 각국 정상들과 이들의 수행팀이 장기간 체류하면서 해당국 대사관의 일부 공간을 임시 숙소로 사용한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물류의 통로인 호르무즈해협의 반다르 아바스 항만은 재개발 공사가 한창이다. 한 터미널 운영 업체가 제재 리스트에 오르는 바람에 오랫동안 정상 운항을 하지 못해 시설이 낙후했기 때문이다. 이란 관영 IRNA 통신은 "철도·수력 발전 플랜트 등 대형 공사를 수주하기 위해 세계 각국 대기업들이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아직 신용카드 사용과 외화 송금이 안 되면서 제재 해제가 충분히 효과를 올리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지 외국 대사관과 기업들은 직원 월급 등 운영비를 조달하기 위해 여전히 인접국인 두바이로 이동해 도난 위험을 감수하고 현금을 들여오고 있다. 일본의 한 기업은 최근 직원 2명이 두바이에서 수십만달러의 현금을 서류 가방에 넣어 돌아오다 괴한에게 빼앗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는 핵개발과 관련된 것만 해제됐고, 다른 일부 제재는 여전해 미국 달러 거래가 아직 이란에서 불가능한 상황이다. 영국 중장비 업체 관계자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이란에 드릴 등 장비를 팔려고 해도 금융 거래가 불편해 못 하고 있다"면서 "이란 시장에 대한 기대는 크지만 아직 손에 잡히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