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반복되는 보육 대란을 막기 위해 정부가 누리과정(만 3∼5세 무상 보육) 예산을 특별회계로 관리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지방에 정부 예산을 지원할 때 누리과정에만 쓰게 강제할 수 있도록 관련 법을 개정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22일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2016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재정 개혁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야당에서는 "수용할 수 없다"며 오히려 "중앙정부가 예산 책임을 지방에 떠넘기지 못하도록 중앙정부 예산에 아예 포함시켜 버리겠다"고 했다. 과반수를 차지한 야당이 법안과 예산 의결권을 장악하면서 앞으로 정부가 사사건건 야당의 허락을 얻어야 하는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첫 케이스다.

현재 누리과정 예산은 정부가 거둔 세금 중 일부(내국세의 20.27%)를 각 지방교육청에 교육 교부금 명목으로 나눠주면 교육청이 자체적으로 예산을 편성해 지출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그런데 일부 지방교육청이 "교부금 외에 별도로 예산을 달라"며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거부하는 일이 거듭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아예 교부금 중 일부를 '누리과정용'이라는 꼬리표를 달아 보내겠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학생 수 감소에도 오히려 교육 교부금은 계속 증가했지만, 일부 교육청이 법정 의무 지출 사업인 누리과정 편성을 거부하는 등 책임성이 부족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같은 방식으로 지원하려면 법을 바꿔야 한다. 교부금은 현행 법률상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용도를 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야당은 이날 "정부 입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20대 국회에서는 아예 누리과정 예산을 (지방 교부금이 아닌) 본예산에 편성할 수 있다"고 반발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원내대표는 "이날 정부 발표는 야당 요구를 전혀 반영하지 않은 것"이라며 "정부가 이렇게 비협조적인 방식으로 나오면 우리 방식대로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국민의당 주승용 원내대표도 "누리과정 예산을 국가가 책임진다고 했던 약속을 지켜야 한다"며 "교육세 재원을 특별회계로 만드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