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진석 경제부 기자

[[키워드 정보] 법인세란 무엇인가]

"전 세계에서 기업하는 사람이 활동 무대를 어디로 정할 것인지를 결정할 때 법인세율을 갖고 고려한다면 정부는 승복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2003년 7월 30일 청와대 행사 도중 노무현 대통령이 이렇게 말했다. 외국 기업 유치를 위해 법인세 인하가 필요하다고 설명한 것이다. 언론은 비중 있게 다뤘다. 대선 후보 시절 "법인세 인하는 큰 기업에만 유리하다"고 했던 노 대통령이 국정을 맡은 지 반년 만에 입장을 바꿨다. 노 대통령의 발언은 이듬해 열린우리당이 과반수를 차지한 국회에서 실현됐다. 27%이던 법인세율을 25%로 내리는 법안이 통과됐다. 앞서 김대중 정부도 2001년 법인세율 28%를 27%로 내렸다.

지금의 야당이 예전에 정권을 맡았을 때 법인세를 손댄 역사가 이렇다. 실은 문민(文民) 집권기 들어 법인세는 한 번도 오른 적 없이 줄곧 내렸다. 노태우 정부 시절 법인세는 34%였다. 이를 김영삼 정부(28%), 김대중 정부(27%), 노무현 정부(25%), 이명박 정부(22%)가 인하했다.

역대 정부가 기업에 대해 감세(減稅) 기조를 유지한 데는 이유가 있다. 노 대통령 말처럼 법인세를 높게 유지했다가는 국가 간 투자 유치전에서 낙오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또 기업이 세금 부담에 시달리면 투자와 고용을 늘리기 어렵고, 그러면 세율을 올려도 세수(稅收)가 늘어난다는 보장이 없다. 그래서 법인세 인상을 '알을 꺼내기 위해 거위 배를 가르는 행위'에 비유하곤 한다.

해외에서도 경쟁적으로 법인세를 낮추고 있다.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G20 국가 중에 법인세를 올린 나라는 멕시코뿐이다. 14개국이 법인세를 인하했거나 인하할 예정이며, 5개국은 현상 유지 중이다. 영국은 2008년 30%이던 법인세를 불과 8년 사이 20%로 끌어내렸다. 지난해 아일랜드는 IT 기업에 6.25%라는 파격적으로 낮은 세율을 적용하겠다고 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세계시장에서 한국과 경쟁 관계에 있는 중국·일본·대만·싱가포르도 속속 법인세를 내렸다.

이런 추세를 아는지 모르는지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총선을 앞두고 법인세를 올리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면서 "이명박 정부 시절 내린 법인세율을 복원하겠다"고 했다. 더민주 사람들은 "법인세 정상화" "법인세 원상 복구" 같은 표현을 자주 쓴다. 법인세 인하가 그 자체로 잘못된 정책인 양 깎아내리고, 이명박 정부만 깎아줬다는 식의 뉘앙스를 전달하려 애쓴다.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도 법인세를 인하했던 사실은 입도 뻥긋하지 않는다. 이건 자기 부정이거나 속임수다.

거야(巨野)가 법인세 인상을 강행하면 선진국들과 달리 우리만 '역주행'하게 된다. 역대 정부가 일관되게 유지한 정책 기조를 일거에 뒤엎는 결과도 가져오게 된다. 더민주가 이명박 정부 때 법인세를 깎아준 게 정녕 잘못이라고 생각한다면 자기들 집권 시기에 법인세를 인하해 준 과거도 솔직히 밝히고 반성부터 하는 게 이치에 맞는 처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