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총선으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두 야당은 정부·여당을 견제하는 수준을 넘어 입법권을 행사해 나라를 끌고 갈 수 있는 강력한 권력을 얻었다. 국민은 여당을 심판하는 동시에 두 야당에 국가 경영에 대한 무거운 책임을 안긴 것이다.

총선 후 김종인 더민주 대표는 "민심을 받들어 더민주를 수권(受權) 정당으로 만들고 최적의 대선 후보를 만들어 유능한 정부를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15일 "캐스팅보터가 아니라 문제 해결의 정치와 정책을 주도하는 중심축이 될 것"이라며 "협치(協治)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정당의 진면목을 보이겠다"고 했다. 야당에 국정 운용의 공동 책임을 부과한 총선의 민의(民意)를 정확히 반영한 말이다. 과거와는 다른 정치를 해보겠다는 각오로 들리기도 한다. 이런 점에서 국민의당이 세월호특별법 개정과 민생 경제 법안 처리를 위한 임시국회를 제안한 것은 평가받을 만한 일이다. 세월호법 개정은 더민주가, 노동법·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민생법은 정부·여당이 추진해 왔다.

앞으로 두 야당이 정말 과거와 다른 정치를 하고 싶다면 우선 사사건건 반대하며 정부·여당의 발목부터 잡고 보는 무책임한 정쟁(政爭) 체질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금 대한민국은 북의 핵실험으로 안보가 위협받고,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외교도 크게 흔들리고 있다. 저성장이 고착화되면서 사회 양극화가 점점 심화되고 있다. 두 야당은 이런 현안들에 대해 정부 대책을 비판하고 반대하는 것으로 역할이 끝난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지금부터는 정부·여당보다 먼저 대책을 내놓고 나라를 이끌어가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게 국정을 맡은 공동 경영인으로서 갖추어야 할 기본 책무이다.

국민이 걱정하는 것은 두 야당이 선명성 경쟁을 벌이면서 자신들의 정책만 밀고 가는 것이다. 이 경우 국정 파탄은 뻔하고 나라는 미래를 향해 한발도 나아갈 수 없다. 수(數)의 힘으로 국가보안법 폐지 등 자신들의 편협한 이념을 밀어붙이다가 끝내는 정권까지 잃은 노무현 정부의 실패를 기억해야 한다.

두 야당은 북의 4차 핵실험 이후 개성공단 폐쇄, 사드 배치 논의 등 정부가 단행한 일련의 대응에 대해 반대하고 제재보다는 대화를 강조했다. 테러방지법 수정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북은 4차례 핵실험을 강행했고 이 때문에 국제 제재를 받고 있다. 야당이 북이 핵실험을 하기 전에 수립한 햇볕정책에 매달려 대화만을 앞세우면 당장 국제적 공조부터 깨지게 된다. 대북정책도 시대 변화에 맞춰 재정리한 뒤 내놓아야 국민이 안심하고 받아들일 것이다.

대화를 통해 국정을 끌고 갈 일차적 책임은 정부·여당에 있다. 하지만 의회 권력의 중심축은 두 야당에 넘겨졌다. 국회 선진화법이 위헌 결정을 받을 경우 두 야당이 손을 잡으면 언제든 새 법을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법을 통과시켜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어떤 법도 발효될 수 없다. 두 야당 역시 정부·여당의 협조 없이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는 것이다. 두 야당이 국정의 공동 경영인으로서 주인 의식을 갖고 민생과 안보 현안에 제대로 된 처방을 내놓는지는 내년 대선에서 국민이 냉정하게 심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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