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오(왼쪽), 김종훈.

지난 총선 새누리당이 석권했던 울산(6석)에서 옛 통합진보당 출신 무소속 후보 2명이 여당 후보와 당선권에서 경합을 벌이고 있다. 여당이 공천 파동으로 '한눈'을 판 사이 야권은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통진당 출신 후보로 단일화를 이뤘고, 지역에서는 최근 이들의 상승세가 눈에 띄고 있다. 2014년 12월 헌법재판소가 위헌 정당으로 심판한 통진당 출신 후보가 불과 1년 4개월여 만에 지역구 선거를 통해 살아나 20대 국회 입성을 눈앞에 둔 것이다.

통진당 출신이 '무소속'으로 간판을 달고 출마한 지역은 현대자동차와 중공업이 있는 울산 북구와 동구다. 울산MBC와 UBC울산방송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7일 발표한 여론조사(4~6일 조사)에서 북구의 새누리당 윤두환 후보는 33.7%의 지지율을 기록해 통진당 출신 무소속 윤종오 후보(47.7%)에 14%포인트 차로 뒤졌다. 동구에서도 새누리당 안효대(34.2%) 후보와 통진당 출신 무소속 김종훈(32.6%) 후보가 오차 범위 내에서 접전이었다. 윤종오 후보는 현대자동차 노조 대의원 출신으로 민주노동당 소속으로 시의원(2번)과 구청장에 당선됐으며, 지난 2014년엔 통진당 소속으로 구청장 재선에 나섰다가 낙선됐다. 김종훈 후보 역시 민노당 소속 시의원·구청장을 지냈고, 2014년 통진당으로 구청장 선거에 출마했으며 울산시당위원장으로도 선출됐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통진당에서도 (노조가 강한) 울산의 구청장 선거에 출마했다는 건 그야말로 '진성 당원'이었다는 얘기"라고 했다.

이들은 그러나 자신들이 '통진당' 출신임을 최대한 가리고 있다. 선거 공보와 시내의 현수막, 선거 사무실 외벽의 현수막 어느 곳에도 통진당을 연상할 만한 문구는 없다. 상징색으로는 통진당이 쓰던 보라색 대신 주황색을 내세웠으며, 민주노총의 지지를 받고 있음을 알렸다. '야권 단일후보'인 점도 강조했다. 시내를 오가는 주민들의 상당수는 두 후보를 '단순 무소속' 후보로 알고 있었다. 여권 관계자는 "정치에 별 관심이 없는 많은 주부나 젊은이들은 이들이 노동계를 대표하는 괜찮은 무소속 후보인 것처럼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옛 통진당 세력이 상당히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 '민중연합당'의 비례대표 의석 획득이 어려워지면서, 두 후보는 옛 통진당·민노총 세력의 적극적 지지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통진당 출신 무소속 후보가 여당을 위협하게 된 바탕에는 더불어민주당과 단일화도 있었다. 문재인 전 대표가 지난달 23일 단일화 중재를 위해 울산을 방문했고, 북구에 출마했던 더민주 이상헌 예비후보는 "내년 대선 승리를 위해 아무 조건 없이 단일화했다"며 스스로 물러났다. 동구에서는 이틀 뒤(25일) 더민주 이수영 후보가 사퇴했다.

여당은 공천 파동 이후 당면한 위기를 수습하느라 울산 지역의 상황을 방치했다. 김무성 대표 등 지도부는 지난 3일 '낙동강 벨트'의 민심 이반을 막기 위해 기존 일정을 변경해 부산·경남을 찾았지만, 울산을 찾을 여력은 없었다. 공천 파동으로 영남 지역에 무소속 출마 러시가 이어지면서, 이들 두 통진당 계열 후보가 '무소속 돌풍'의 하나로 취급돼 버린 효과도 있었다. 울산 울주에서는 컷오프(공천 배제)에 반발해 출마한 여권 무소속 강길부 후보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지역 사회를 강타한 '중공업의 위기'도 대형 악재다. 특히 현대중공업이 불황 때문에 근로자 해고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지역 사회에는 "쉬운 해고 반대"를 외치는 옛 통진당 세력을 지지하는 노동자가 많이 생겼다. 이들은 "해고가 눈앞인데 통진당 출신이 무슨 상관이냐"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