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북한 식당에서 근무하던 종업원 13명이 집단 탈북한 것을 놓고 "국제 사회의 대북 제재가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통일부 정준희 대변인은 8일 브리핑에서 "(대북) 제재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본다"며 "노동신문 등을 보면 '고난의 행군'을 언급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북한이 '제재가 아프다'고 느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종업원 집단 탈출) 경우에도 좀 아프게 느껴지는 바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이번 집단 탈북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 전후로 해외 진출한 북한 식당들이 심각한 경영난을 겪는 상황에서 발생했다. 우리 정부도 지난달 초 단독 대북 제재를 발표하면서 우리 국민과 교민의 해외 북한 식당 자제를 권고해 왔다.

최근 북한 해외 식당들은 한국 손님의 발길이 줄면서 영업에 큰 타격을 입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중 국경의 일부 북한 식당은 경영난으로 문을 닫은 곳도 있다고 한다. 캄보디아에서도 최근 두 달 새 북한 식당 7개 가운데 3개가 영업을 중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해외 식당에서 근무하는 종업원 13명이 집단 탈북해 7일 한국에 입국했다. 사진은 해외식당에서 공연하는 북한 종업원들.

그러나 북한 당국은 오는 5월 초 36년 만에 열리는 노동당 대회를 앞두고 해외 식당에 '외화 상납금'을 독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 소식통은 "북한의 해외 무역 일꾼은 당의 지시를 이행하지 못하면 평양으로 소환돼 처벌받는다"며 "이번 식당 종업원 탈북도 상납금을 제때 마련하지 못한 부담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정준희 대변인은 이날 "국제 사회의 제재로 북한 해외 식당도 타격을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들은) '북한 당국으로부터 촉구되는 외화 상납 요구 등 압박이 계속되면서 상당한 부담감을 느끼고 있었다'는 취지로 언급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탈북 외교관인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은 이날 통일연구원 개원 25주년 세미나에서 "대북 제재로 시장과 결탁한 중앙과 지방의 권력자들이 당황해하고, 해외 공관원들이 심리적으로 동요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집단 탈북이 다른 해외 북한 식당 종업원과 전 세계에 나가 있는 5만명 이상의 북한 노동자들에게 미칠 심리적인 파급 효과도 주목된다. 북한 당국이 해외 근로자에 대한 관리 감독을 대폭 강화할 경우, 이에 대한 반발로 추가 이탈자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탈북이 중국의 북한 식당에서 발생한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중국은 북한 해외 식당의 80% 이상이 몰린 지역이다. 이번에 탈북한 종업원들은 지린(吉林)성 옌지(延吉)에서 근무하다가 식당이 경영난에 빠지자 저장성 닝보(寧波)까지 옮겨간 것으로 알려졌다. 지린성 옌볜(延邊)의 한국인회 안영철 회장은 최근 '미국의 소리(VOA)' 방송 인터뷰에서 "옌지에 있는 북한 식당 5곳이 한국 손님이 끊기면서 심각한 운영난을 겪고 있다"며 "북한 식당 손님 가운데 한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평상시에는 30~40%, 백두산 관광객이 몰리는 여름에는 최고 80%에 달하기 때문에 타격이 매우 클 것"이라고 말했다. 선양(瀋陽) 한국인회 박영완 회장은 "선양에는 북한 식당이 총 30여 개가 있는데 지난 2월부터 저희가 발간하는 소식지에 북한 식당에 출입하지 말자고 촉구하는 자제 운동을 펼치면서 (북한) 식당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VOA는 또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2270호 채택 이후 중국 정부가 북한인의 취업 비자 연장을 많이 거부하고 있다"는 중국 소식통의 말도 전했다. 이 소식통은 "과거에는 전문 기술이 없는 북한인에게도 취업 비자를 발급하는 등 눈감아 주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원칙을 엄격히 적용해 결격자에게는 비자 연장을 거부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북한 식당들이 문을 닫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가 이들의 탈북을 위해 중국 측과 접촉한 시기 및 방법은 확인되지 않았다. 정부 소식통은 "중국 측 협조가 없었으면 신속한 입국이 어려웠을 것"이라며 "국제 사회가 동참하는 대북 제재 국면에서 중국의 양해가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