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고려대 의대 성추행 사건'의 가해자 세 명 중 두 명이 다른 대학 의대에 재학 중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성범죄 전과자가 의사가 되는 것이 옳은가'에 대한 격론이 벌어지고 있다. '고려대 의대 성추행 사건'은 당시 의대 졸업반이던 A(28)씨, B(29)씨 등 세 남학생이 만취한 여자 동급생을 성추행하고 이 장면을 휴대전화 등으로 촬영한 사건이다. A씨는 추행을 피해 자리를 옮긴 여학생을 쫓아가 계속 추행하는 등 죄질이 나빠 다른 가해자들보다 1년 더 많은 2년6개월 징역을 선고받고 복역했다.

8일 성균관대를 비롯한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성범죄자의 의사 자격'에 대한 글이 수천 건 올라왔다. "성범죄자에게 어떻게 환자의 치료를 맡길 수 있느냐"는 부정적 의견이 80% 이상을 차지했다. "징역 2년6개월이라는 가볍지 않은 형량을 받은 성범죄자가 의사가 되는 건 아동성범죄자가 유치원 보육교사를 맡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출교(黜校·재입학 불가) 처분해야 한다는 내용도 있었다. 한 지방대 의대를 다니고 있는 주모씨는 "의사는 그저 기술만 가진 사람이 아니라 사람 자체에 대한 존중심을 가져야 한다"며 "성범죄자에게 그런 윤리적인 면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미 죗값을 치렀고 교도소에서 교화 과정을 거친 만큼 출교 조치는 지나치다"는 의견도 있다. 한 네티즌은 "재범을 저지르는 일이 없도록 교육을 철저히 시키는 등 다른 방법으로 풀어야지 마치 마녀사냥을 하듯 평생 의사를 못 하게 단죄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썼다. 현행 의료법상 A, B씨가 의대를 졸업하고 의사 면허를 취득하는 데는 아무런 제약이 없다.

의료계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성균관대 의대 교수는 "의대에 입학해 제일 먼저 배우는 것이 의사 윤리를 담은 '히포크라테스 선서'"라며 "타인의 존엄성을 존중하지 않는 성범죄자는 의사로서 자격 미달이라는 게 의대 교수들의 중론"이라고 말했다. 반면, 서울의 다른 의대 교수는 "사람을 직접 대면하는 직업이라 굉장히 예민한 문제이긴 하지만 해당 학생이 얼마나 뉘우치고 재범의 여지가 있는지 파악한 뒤에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A씨는 지난 7일 본지 통화에서 "죄송하다. 제가 이 문제에 대해 뭐라 말하는 건 적절치 않은 것 같다"고 밝혔다. A씨는 학과에서 학술국장을 맡아 활발히 학과 활동을 해왔으며 의대생연합동아리에도 참여하고 있다. 이 연합동아리에는 A씨가 출교당한 고려대 의대생들도 포함돼 있다. A씨는 전과 경력을 알게 된 동급생들이 "왜 의대를 다시 왔느냐"고 묻자 "의사가 가치 있는 일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