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항의 미학페터 바이스 지음ㅣ탁선미 외 옮김ㅣ문학과지성사ㅣ전3권ㅣ각권 1만5000원~1만8000원

독일 작가 페터 바이스(1916~1982)가 1937 ~1945년 유럽의 반(反)파시즘 투쟁사를 총체적으로 그린 대하소설이다. 바이스는 베를린에서 태어났지만, 부친이 유대인이라서 나치 독일 시대엔 유럽 여러 나라에서 도피 생활을 했다. 그는 스웨덴에 정착해 국적을 취득했지만, 독일어로 글쓰기를 계속해 게오르그 뷔히너 문학상 등 독일의 유명 문학상을 잇달아 받았다. 그는 문학 이외에도 미술과 영화를 통해 창작 활동을 전개했고, 미학 연구자이기도 했다.

'저항의 미학'은 작가가 1975~1981년 세 차례에 걸쳐 낸 소설이다. 스페인 내전에서 제2차 세계대전까지 유럽 좌파의 투쟁사를 사실적으로 재현했다. 작가는 역사 기록과 생존 인물 취재를 통해 실존 인물 700여명을 소설에 등장시켰다. 그러나 이 소설은 투쟁사 다큐멘터리에 그치지 않았다. 예술의 창의성이 사회변혁의 잠재력을 실현시킨다는 예술 비평이 소설의 상당한 분량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희랍 신화는 물론이고 단테의 '신곡'과 카프카의 '성' 같은 문학작품부터 페르가몬 신전의 부조(浮彫)와 고야, 피카소의 그림 해설이 잇달아 등장한다. 작가는 과거 예술을 통해 그 시대의 피지배 계층이 외친 저항의 외침을 풀이한다. 진보적 미학사 강의가 펼쳐지는 것. 그래서 소설 제목이 '저항의 미학'이다. 소련과 동구권의 현실사회주의를 비판한 유럽 68혁명 세대의 이상주의를 반영한 소설이기도 하다. 한국어판은 독문학자 3명이 6년여 동안 초벌 번역하고 2년 동안 문장을 다듬은 뒤 1년 반의 교정 작업 끝에 나왔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