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북한 식당에서 일하던 북 지배인과 종업원 등 13명이 집단 탈출해 국내 입국했다. 통일부는 "남자 지배인 1명과 여성 종업원 12명 등 한 식당에서 함께 일하던 북 주민이 이처럼 한꺼번에 탈북한 것은 처음"이라고 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대한 국제 사회의 제재가 시작된 이후 해외 북한식당에서 나온 첫 탈북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번 집단 탈출은 최근 유엔 안보리의 고강도 대북 제재로 인해 해외 북한 식당들이 심각한 운영난을 겪고 있는 것과 깊은 관련이 있을 것이다. 이들은 "식당 영업은 안 되는데 당국으로부터 외화 상납 압박은 계속돼 엄청난 부담감을 느꼈다"고 탈출 동기를 밝혔다. 국제 제재를 통해 북한의 해외 돈줄을 옥죈 것이 해외 노동자의 집단 이탈까지 불렀다는 얘기다.

북한은 중국과 캄보디아, 베트남, 몽골, 러시아, UAE, 네덜란드 등 12개국에 130여개의 해외 식당을 운영해 왔다. 노동당 조직지도부와 선전부, 39호실 등 김정은 직속 기관과 국가안전보위부, 정찰총국 등이 직접 관리한다. 식당 한 곳마다 매년 최소 30만달러 이상의 '충성자금'을 평양에 보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통해 노동당 39호실 등에 흘러들어가는 외화는 연 1000만~1억달러에 달한다. 이것이 김정은의 통치자금이나 핵·미사일 개발에 쓰여온 것이다.

지난 2월 이후 한·미의 독자 제재와 유엔 제재가 본격화하면서 캄보디아의 북한 식당 9개 중 6개가 문을 닫았다. 중국에서도 상당수 북한 식당이 영업난을 겪거나 폐업하고 있다. 이번 집단 탈출도 이런 와중에 일어난 일이다. 중국이 북한의 석탄과 철, 항공유에 대한 수출입 금지 조치를 본격 이행하면 북의 돈줄은 점점 마를 것이다. 외화벌이 기관과 해외 공관, 무역일꾼에 대한 상납 압박은 점점 커질 수 있다. 이들이 연쇄 이탈하거나 내부 불만이 고조되는 상황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이럴 때일수록 정부는 미·중 등 국제 사회와 공조해 대북 제재의 고삐를 바짝 죄어야 한다. 해외에 나가는 우리 국민도 북한 식당 이용으로 김정은 정권을 결과적으로 돕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북한 해외 인력 송출에까지 제재를 확대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북은 여기서 벗어나려고 5차 핵실험이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서해나 휴전선 등지에서 국지적 도발을 해 올지도 모른다. 핵 개발을 일시 중단할 것처럼 위장 협상 카드를 내밀 수도 있다. 정부는 모든 가능성에 대비하되, 북이 결국 스스로 핵을 포기하고 나오도록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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