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직장인들이 통근하는 데는 평균 58분이 걸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26곳 중 출근길 허비 시간이 가장 긴 것으로 조사됐다. 긴 통근시간이 직장인들의 업무 효율과 삶의 질까지 저해하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건설 등 정부 대책이 나왔지만 실제 추진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OECD 평균 2배 걸리는 출근길

5일 '2016 OECD 성별 데이터 포털' 자료에 따르면, 한국 직장인들의 통근 시간은 조사 대상 OECD 국가 26곳 평균(28분)의 2배가 넘었고, 통근 시간이 가장 짧은 노르웨이(14분)와 스웨덴(18분)의 3~4배나 됐다. OECD 국가는 아니지만 조사 대상에 포함된 중국(47분), 남아프리카공화국(40분), 인도(32분)보다도 더 긴 시간을 길거리에서 허비한 셈이다〈표〉.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의 원인으로 두 가지를 꼽고 있다. 우선 일자리가 상대적으로 많은 서울 강남구·서초구·송파구·중구·종로구·영등포구 등지로 통근하는 수도권 주민이 많아 출퇴근 시간대에 일종의 '병목 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수도권 광역 급행철도 GTX란?]

1980년대 이후 일산·분당 등 수도권 외곽에 신도시가 건설돼 통근 수요는 늘어난 데 비해 교통수단 공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한 것도 주요 원인이다. 한국교통연구원 관계자는 "신도시 건설로 고양, 성남 등 경기도 도시들의 인구는 2~5배까지 늘었지만 광역철도 같은 대중교통수단의 공급은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교통연구원 조사 결과, 수도권의 면적(1만789㎢)과 인구(2280만명)를 고려했을 때 주요 선진국 도시보다 광역철도 공급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수도권의 광역철도 보급 수준은 면적 기준으로 볼 때 도쿄 권역의 54%, 런던 권역의 11%, 파리 권역의 62%에 불과했다. 거주 인구 기준으로는 도쿄 권역의 55%, 런던 권역의 24%, 파리 권역의 28%에 그쳤다.

교통연구원에 근무하는 전문가는 "통근 시간 단축은 수도권 통근 근로자의 복지와 직결되는 문제"라며 "긴 통근 시간에 따른 '교통 혼잡 비용'은 연간 1조6387억원, 업무 효율 저하에 따른 비용은 연간 5936억원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자꾸 늦춰지는 GTX 사업

정부는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GTX 사업 등 광역철도 보급 사업을 추진해 왔다. 특히 'GTX A노선' 사업이 완료되면 서울 삼성역에서 경기 고양을 잇는 지하 40~50m 깊이 터널로 고속열차가 시속 200㎞까지 달릴 수 있게 돼 수도권 통근 시간이 대폭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 2월엔 '제3차 국가 철도망 구축 계획(2016~2025년)'을 발표하면서 "GTX B노선(송도~청량리)과 GTX C노선(의정부~금정)도 2025년까지 추진하겠다"며 "GTX 3개 노선 등 계획된 광역철도 구축 사업이 마무리되면 수도권 통근 시간이 40분 미만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그러나 애초 내년 착공해 2022년 개통이 예정됐던 GTX A노선조차 사업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이 노선은 지난 2014년 기획재정부 예비 타당성 조사에서 비용 대비 편익(B/C)이 1.33으로 경제성이 있는 것으로 판명됐지만, 정부는 '재정 부족'을 이유로 작년 5월 "재정 사업이 아닌 민자 사업으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철도망 계획 수립에 참여했던 한 민간 전문가는 "현재 '민자 사업 적격성 조사'를 다시 진행 중이지만 솔직히 언제 착공할 수 있을지 기약하기 어려운 상태"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후속 사업으로 계획돼 있는 GTX B·C노선 역시 개통 기일이 한없이 늦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