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연합당이 최근 '후보들의 이색 직업'이란 제목으로 제작한 20대 총선 홍보물엔 비례대표 1번을 받은 정수연 후보가 '소녀상 지킴이'로 소개돼 있다. 정 후보 사진 밑에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혼이 서려 있는 소녀상 옆에서 63일간 노숙 농성한 소녀상 지킴이가 국회로 갑니다'라고 적어놓았다.

실제로 정 후보는 작년 말 타결된 한·일 위안부 합의 반대 운동을 주도한 대학생 단체 '평화 나비 네트워크'의 간사로 활동하며 주한 일본 대사관 앞에 설치된 '위안부 소녀상' 옆에서 노숙 투쟁을 주도했다. 현재 민중연합당 대변인이기도 하다.

하지만 정 후보는 옛 통합진보당 서울시당 학생위원장 출신이다. 통진당 사정에 밝은 야권 소식통은 30일 정 후보에 대해 "2012년 통진당 중앙위원회 폭력사태에 연루된 열성 당원"이라며 "통진당 전력을 감추기 위해 '소녀상 지킴이' 경력을 내세우는 것 같다"고 했다.

민중연합당이 비례대표 정수연 후보(1번)를‘소녀상 지킴이’로 소개한 홍보물(왼쪽 사진). 통진당 서울시당 학생위원장 출신인 정 후보(맨 오른쪽)는 2012년 5월 옛 통합진보당 중앙위원회 폭력 사태 당시 단상에 올라가 피켓을 흔들며 학생들을 선동했다(오른쪽 사진).

2012년 5월 12일 경기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통진당 중앙위 당시 정 후보가 단상에 올라가 '강행 처리 반대'라고 적힌 피켓을 흔들며 당권파 학생 당원들을 선동하던 장면은 언론에 소개됐다. 당시 통진당 지도부는 비례대표 후보 경선 부정과 관련해 후보자 총사퇴 안건을 처리하려 했지만, 당권파들은 조준호 대표의 머리채를 잡아당기는 등 폭력을 행사했었다. 중앙선관위에 등록된 정 후보 관련 정보엔 그의 통진당 전력이 빠져 있다.

이번 총선에서 민중연합당이 정당 득표율 3%만 넘기면 정 후보는 여의도에 입성한다. 지난 19대 총선 비례대표 선거에서 통진당은 219만8405표(10.3%)를 얻어 비례대표 의원 6명을 배출했다. 야권 관계자는 "통진당 고정 지지층은 약 100만표"라며 "민중연합당을 막연히 진보 정당으로 착각하는 유권자들까지 표를 줄 경우 6~7%의 지지율로 최대 3석까지 얻을 것"이라고 했다.

자유민주연구원(원장 유동열) 분석 결과, 정 후보를 포함해 20대 총선에 출마한 통진당 출신 인사는 총 66명이다. 이 중 55명(비례 4명 포함)이 민중연합당 후보로 나섰다. 전체 출마자(60명)의 92%에 해당한다. 나머지 11명은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前 통합진보당 국회의원 이석기는 누구?]

특히 경기 지역 출마자 18명 중 12명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선동 현장(마리스타 회합)에 참석했던 인물들이다. 서울 지역 출마자 15명 가운데 8명은 옛 통진당의 청소년 조직인 '21세기 청소년 공동체 희망' 출신이다. 통진당 내부에서 이들은 '이석기 키즈'로 불렸다.

이들 상당수는 선관위 등록 자료에서 통진당 출신임을 밝히지 않았다. 특히 영남 지역 무소속 출마자들 가운데 이런 현상이 두드러진다. 통진당 울산시당 위원장을 지낸 김종훈(울산동), 통진당 울산북구위원장 출신의 윤종오(울산북) 후보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윤 후보는 더불어민주당·정의당 후보들과 야권 후보 단일화에 성공해 새누리당 윤두환 후보와 일대일로 맞붙게 됐다.

민중연합당이 사실상 '재건(再建) 통진당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손솔 대표를 비롯한 당 관계자들은 "당에 참여하는 사람 중 처음으로 정당에 가입하는 분이 많다" "그런 프레임을 덧씌우는 것은 잘못됐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서울 관악을에 민중연합당 후보로 출마한 이상규 전 통진당 의원은 지난 10일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목요집회에서 "박근혜 정권이 통진당을 강제 해산했지만, 최근 다시 일어선 민중연합당에 신구 당원들이 밀려들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민중연합당이 통진당의 후신이라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지난 20일엔 통진당 출신인 김선동·김재연 전 의원도 민중연합당에 입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