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학기술대학교 김종호 총장

일본 도쿄대와 도쿄공업대, 싱가포르의 싱가포르국립대와 난양공과대, 홍콩의 홍콩대와 홍콩과기대…. 교육 선진국으로 불리는 국가의 수도에서 그 나라 최고 수준의 국립 종합대학과 과학기술대학을 동시에 육성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에서 서울대가 원천이론 연구중심대학을 대표한다면 서울과학기술대학교의 목표는 응용기술 연구중심대학 중 최고가 되는 것이다. 2010년 서울산업대에서 교명이 바뀌어 아직 서울과기대라는 이름이 생소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 대학은 올해로 개교 106년째를 맞은 전통 있는 과학기술대학이다. 앞으로는 대한민국 수도인 서울에서 명실상부 최고 수준의 국립 과학기술대학, 인간을 위한 기술을 꿈꾸는 가장 창의적인 대학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우리 대학의 비전이다.

서울과기대의 공학 교육은 작년 11월 산업통상자원부 주최, 한국산업기술진흥원, 공학교육혁신협의회 공동주관으로 열린 '2015 공학교육페스티벌'에서 올해의 대학 대상을 받으며 진가를 확인했다. 공학교육페스티벌은 공학교육의 혁신 성과를 공유·확산시키고 산업계 수요에 맞는 공학 인재 양성의 방향을 제시하는 공학 분야 최대 행사로 전국 65개 공과대학 가운데 '1등 공학교육'으로 인정받은 셈이다.

최근 대학마다 하나 둘 운영하기 시작한 '캡스톤 디자인(Capstone Design)' 교육이 서울과기대에서는 올해로 25년째를 맞았다. 캡스톤 디자인이란 공학 계열, 디자인 계열 학생들에게 산업 현장에서 부딪힐 수 있는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기 위해 졸업 논문 대신에 창의적인 작품을 직접 설계하고 제작하도록 하는 종합설계 교육 프로그램을 의미한다. 서울과기대는 의대생이 집도를 배우듯이 공학·디자인 계열 학생도 자신의 손끝에서 직접 창조의 과정을 경험해야만 학문의 원리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다는 취지에서, 25년 전 국내 최초로 캡스톤 디자인을 도입했다. 이후 국내 최상위 수준의 실험·실습 인프라를 구축하고, 전문실습관 제도를 운영하는 등 내실을 갖춰왔다. 학생들은 대학에서 습득한 지식을 직접 업무와 연계한 실습으로 이어갈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도 현장 실무에 대한 재교육 비용을 줄일 수 있어 환영하지 않을 수 없다.

서울 노원구에 있는 서울과기대 캠퍼스 전경. 서울과기대는 학생들이 졸업 논문 대신 창의적인 작품을 직접 설계하고 제작하게 하는 ‘캡스톤 디자인’ 교육을 일찌감치 도입해 학생들이 대학에서 습득한 지식을 실무로 연결할 수 있도록 내실을 다져왔다.

우리 대학은 교육부의 CK사업에 선정돼 2014년부터 5년간 매년 24억2000만원을 지원받고 있으며, 이 재원으로 캡스톤 디자인의 심화형인 '전 학기 설계기반 학습'을 운영 중이다. 예컨대 기계시스템디자인공학과와 전기정보공학과 학생들은 1학년 때부터 자신만의 설계 주제를 정하고 졸업할 때까지 설계 주제에 부합하는 결과물을 단계적으로 만들어 나간다.

대학에서는 3D 프린터·스캐너 등의 고가 기자재는 물론 재료 구입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각종 국내외 박람회와 전시회 참가도 전폭적으로 지원해 학생들의 창작물을 다양한 시험 무대에 올려놓고 있다. 지난해 10월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2015 한국기계전'에는 학부생이 직접 제작한 의료·재활 로봇과 드론을 선보였고, 2015 국제로봇콘테스트(IRC)에서 지능형 부문 대통령상, 산업통상자원부장관상 등을 휩쓸었다.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쇼 'CES 2016'에도 국내 대학 최초로 학부생 출품작을 선보였다.

이처럼 꾸준히 운영해온 캡스톤 디자인 및 ADBL사업 덕분에 서울과기대 학생들은 창의력과 문제 해결력이 탁월하고 인성, 팀워크, 리더십도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 대학 졸업생들의 취업률이 2013년도 3위를 제외하고는 지난 2008년부터 2014년까지 줄곧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으로 증명된다.

앞으로도 서울과기대는 '런 바이 두잉(Learn by Doing·결과물을 만들면서 지식을 배우는 방식)'이라는 교육 철학에 맞춰 체험 기반 교육 체계를 강화하고 이를 경영 계열로도 확대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