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의 여동생인 김여정(29)이 평범한 집안 출신의 남자와 결혼한 것으로 27일 알려졌다. 또 김여정은 선전선동부 부부장으로 당 선전 업무를 장악한 데 이어 조직지도부(인사·조직 총괄)와 서기실(비서실 격)에서도 실권을 행사하며 '북한 2인자'로 부상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통한 대북 소식통은 이날 "김여정 남편이 평양 시내 대학의 교수라는 첩보와 과학자라는 첩보가 동시에 존재한다"며 "최룡해 노동당 비서 등 빨치산 집안의 자제는 아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최근 일부 대북 전문가들이 주장한 '김여정-최룡해 차남 결혼설'은 사실이 아니라는 얘기다.

지난 2015년 김정은의 평양 화장품공장 현지지도를 수행하고 있는 김여정(오른쪽)의 모습. /노동신문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는 누구?]

이 소식통은 "김정은 부인인 리설주도 평범한 교육자 집안에서 성장했다"고 밝혔다. 공군 조종사 출신인 리설주 아버지는 군 관련 대학에서 근무했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어머니는 중학교 교사였다고 한다. 김정은은 2013년 말 고모부 장성택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김씨 일가가 아닌 이른바 '곁가지'의 권력 장악을 경계하게 됐고, 이에 따라 김여정과 유력 집안 간의 결혼도 원치 않았던 것으로 분석된다.

김여정은 김정은의 신뢰와 타고난 정치적 감각을 활용해 자신의 권력을 강화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은 작년 9월부터 중요 회의 결과를 제외한 일반 사무 처리 권한을 김여정에게 위임했다고 한다. 김정은에게 올라가는 문서 대부분을 김여정이 사전에 검토한다는 정보도 있다. 북한군 2인자인 황병서 총정치국장을 비롯한 군 고위 간부가 김여정에게 거수경례하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대북 소식통은 "북한 권력층 내부에선 작년 말부터 '김정은을 잡으려면 김여정을 먼저 통과해야 한다'는 소문이 있다"며 "김여정은 김정은이 만나는 인물과 접하는 정보를 제한하는 방식으로 권력 장악력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김여정은 작년 말부터 김정은에게 질책받은 원로 간부를 직접 만나 불만을 풀어주는 방식으로 원로들의 마음도 얻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식통은 "(북한) 간부들은 요즘 '북한이 김정은의 주먹질과 김여정의 다독임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말까지 한다"고 전했다.

김여정은 권력에서 밀려난 오빠 김정철(김정은 친형)에 대한 동향도 수시로 김정은에게 보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김정철은 '새별조'라는 음악 밴드를 만드는 등 취미 생활만 하고 있지만, 여전히 김정은·김여정의 눈치를 본다고 한다. 북한은 2014년 5월부터 "백두 혈통(김씨 왕조)의 정의는 최고사령관 김정은 동지와 존경하는 김여정 동지이며, 이 두 사람 이외에 백두 혈통은 있을 수 없다"는 내용의 간부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현재 북한이 김정은·김여정의 '남매 정권'이란 의미로 풀이된다. 김정일이 생전에 "여정이가 아들이었다면 권력을 물려주고 싶을 정도로 총명한 딸"이라고 말했다는 얘기도 북한 내부에 널리 퍼져 있다.

이처럼 김여정이 '권력 의지'를 내보이면서 내부 충돌과 불만도 불거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평양에선 리설주와 김여정 간의 갈등이 회자됐다고 한다. 대북 소식통은 "김여정이 작년 5월 출산으로 업무를 잠시 떠나 있을 때 리설주가 자신의 친인척을 등용한 적이 있다"며 "이 때문에 시누이와 올케(리설주와 김여정) 관계가 크게 악화했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