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김무성의 반란'은 공천 갈등의 차원을 넘어 향후 당권·대권을 향한 여권 내 권력 투쟁을 예고했다는 분석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이번에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항명(抗命)'을 선택함으로써 그 전단(戰端)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일단 이번 총선은 현 '김무성 체제'로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선거를 목전에 두고 '지도부 와해'는 어느 계파에도 득이 될 게 없기 때문이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선거 때까지는 어쩔 수가 없다"고 했다.

어차피 김 대표의 임기가 7월로 끝나는 만큼 총선이 끝나자마자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친박(親朴) 대 비박(非朴) 간 '전쟁'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막판에 나온 김 대표의 '반란'도 그 전쟁을 준비한 것이란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번 공천 과정에서 김 대표는 친박에 밀리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특히 수도권 비박들에 '실망감'을 안겨줬다는 평가가 많았다. 큰 싸움을 앞둔 김 대표로서는 이들의 지지가 필요했고 이는 박 대통령에 대한 '항명'을 결행한 주된 이유였다는 관측이다. 결국 김 대표는 25일 새누리당 최고위에서 이재오 의원의 은평을 등 서울 두 곳과 수도권 선거에 영향을 미친다는 유승민 의원의 대구 동구을에 대해 '불공천'을 관철시켰다. 나머지 대구 3곳의 공천에 동의하긴 했지만 나름대로 존재감을 확보한 셈이다.

차기 지도부가 내년 대선 경선을 관리하기 때문에 친박과 비박 간 싸움은 어느 때보다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총선 결과에 따라 변동이 있겠지만 지역구 공천자만을 놓고 볼 때 친박계가 수적으로 조금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권 관계자는 "(친박의 당권 주자로 꼽히는) 최경환 의원과 같이 움직일 공천자는 60명, 김무성계로 볼 공천자는 50명 정도"라고 했다. '친박 패권'이라는 말이 나올 수 있어 최 의원 대신 계파색이 옅은 친박 인사가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김무성계의 경우 PK(부산·경남)에서 뚜렷한 당대표감이 없다면 수도권 비박을 밀 가능성이 거론된다. 물론 총선 패배로 책임론이 대두한다면 예측과 전혀 다른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계산은 지금 얘기일 뿐 총선이 끝나고 나면 차기 주자들을 중심으로 계파가 재편되고 기존의 친박·비박은 의미가 없어질 가능성도 크다.

이번 총선을 통해 여권의 차기 주자 지형도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여론조사상으로는 김 대표가 가장 앞서 있지만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따라붙는 상황이다. 당선이 유력해진 유승민 의원이 복당해 후보군에 합류할 수 있을지도 관심이다. 한 여권 인사는 "김문수 전 경기지사, 안대희 전 대법관 등 거물급들이 총선에서 살아 돌아오는 경우도 변수라면 변수"라고 했다.

친박계로서는 현재까지 뚜렷한 독자 대선 후보감이 없다. 여권 관계자들은 "김무성 대표와는 틈이 벌어질 대로 벌어진 만큼 그를 제외한 다른 인사들과 접점을 모색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또 하나의 변수는 올해 말로 임기가 끝나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행보다. 그때까지 여당 내 대선 후보군이 지금 정도의 지지율에 머문다면 여권의 시선은 충청권 출신인 반 총장에게 쏠릴 것이란 전망이다. 이미 일부 친박 인사들이 반 총장에게 '러브콜'을 보내는 모습도 보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