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총선 후보 등록 마지막 날인 25일 결국 이미 탈당한 유승민(대구 동을), 이재오(서울 은평을) 의원 지역구와 서울 송파을 등 3곳에 공천자를 내지 않기로 결정했다. 김무성 대표가 직인 날인을 거부했던 6곳 중 대구의 나머지 3곳은 친박(親朴) 후보들을 공천했다. 친박과 김 대표가 타협한 결과다. 새누리당으로선 최악 상황은 피했다. 친박이나 김 대표가 끝까지 물러서지 않았더라면 어느 쪽으로 결정하든 당 전체가 파국적 상황을 피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봉합은 됐다 해도 공당으로서 얼굴을 들기 어려운 사태다. 특히 공천자로 발표됐던 세 사람은 무소속 출마 기회마저 없어졌다. 계파 싸움의 엉뚱한 희생자들이다. 새누리당은 일단 파국은 면했지만 친박의 일방통행과 김 대표의 극한 저항으로 서로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 앙금이 총선 후 언제 어떻게 다시 터져 나올지 알 수 없다.

문제는 새누리당이 앞으로 2년 가까이 국정을 책임져야 할 집권당이라는 사실이다. 이 기간에 우리는 경제·안보 복합 위기의 터널을 지나가야 한다. 올 들어 세계 경제의 퇴조 추세가 뚜렷하고 북한은 5월 노동당 대회를 전후해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모른다. 대선을 앞두고 사회 갈등이 고조되면 가뜩이나 활력이 떨어진 경제가 수많은 부작용을 일으킬 수도 있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여야 간 투쟁도 모자라 집권당이 두 쪽으로 갈라져 싸우게 된다면 국정은 산으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 정치는 국가와 국민의 현안에서 동떨어진 채 자기들끼리 권력 싸움에만 빠져 있다. 총선이라는 소용돌이가 지나가고나면 곧바로 대선이란 더 큰 소용돌이가 모든 걸 삼킬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과 여당 반대파가 사사건건 반목이라도 한다면 앞으로 2년 세월은 국민에게 어둡고 고통스러운 터널이 될 것이다.

이제 선거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4월 13일 선거일까지 남은 18일 동안 또 많은 일이 벌어질 것이다. 그러나 어느 당이든, 어느 계파든 하지 말아야 할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 특히 집권당은 국민에게 희망을 주지는 못할망정 더 이상 세상을 불안하게 만들지는 말아야 한다. 청와대는 이제라도 선거와는 완전히 절연하고 경제와 안보만 보면서 국정을 이끌어야 한다. 권력은 지키려고 하면 빠져나가고 내려놓으면 채워지는 것이다. 비박계는 집권당 의원의 기본자세로 돌아가야 한다. 집권당 의원은 대통령의 국정이 성공하도록 도울 의무가 있다. 그래야 재집권 기회도 노릴 수 있다. 비박계는 지금까지 그 기본 의무를 다하고 제 목소리를 내왔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모두가 이 소란 와중에 국정 책임의 일단이라도 느꼈는지 자문해보길 바란다. 그러지 못했다면 겸허하게 고개를 숙이고 국민의 판단을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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