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철이라 거리마다 현수막 천지다. 주장하는 바를 한 줄로 정리해 놓은 것 중 이런 걸 봤다. '1%의 독식을 무너뜨릴 99%의 반격!' 1%의 독식, 정말 '헬조선'을 수치로 설명하기에 더 이상이 없어 보인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이해를 돕기 위해 우리나라 국민을 100명으로 하고 먹을 수 있는 빵도 100개라고 가정해보자. 상위 1%가 13개를 가져간다. 정말 많이 가져간다. 그런데 이 수치는 그렇게 높은 편이 아니다. 덴마크처럼 7개만 가져가는 경우도 있지만 영국이나 미국의 1%는 우리보다 더 많이 가져간다. 문제는 2%부터 10%까지가 가져가는 빵의 개수다. 35개를 가져간다. 13+35=48개. 그러니까 상위 10%가 48개를 가져가고 나머지 52개를 놓고 90%가 경쟁을 하는 게 현재 대한민국의 소득 배분이라는 얘기다. 덴마크는 상위 10%가 27개를 가져간다.

상위 1%는 짐작대로 재벌가 일동 및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들이다. 그럼 나머지 9%는 대체 누구일까. 대기업 정규직, 공기업 정규직, 공무원이다. 이들은 일단 임금이 높다. 정년도 보장된다. 거기서 끝이 아니다. 연금 혜택이 남아있다. 공무원연금 개혁을 놓고 서울시장님께서는 이런 말씀을 하셨다. "박봉의 공무원들이 그나마 믿고 의지하는 게 공무원연금 중얼중얼." 그랬더니 힘을 받은 공무원노조에서는 바로 이렇게 외쳐댔다. "개혁이라니. 그럼 공무원은 노후에 폐지나 주우러 다니란 말입니까?" 아, 가슴이 뭉클해진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연금복권이라는 게 있다. 당첨되면 20년 동안 매달 390만원씩 9억 좀 넘게 받는다. 인생은 끝이 좋아야 한다. 더 이상 좋을 수는 없다. 다만 확률이 좀 낮다. 315만분의 1이니까 벼락을 여러 번 맞아야 가능하다. 그런데 이 연금 로또에 의무적으로 당첨돼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공무원들이다. 공무원 1인당 평균 연금 수령액은 11억원. 당사자가 죽었을 때 지급되는 유족 연금은 뺀 액수다. 걸고 넘어질까 봐 덧붙이자면 '2014년 8월 기준, 33년간 가입 후 퇴직한 공무원' 기준이다. 공무원노조 강령 중에 이런 게 있다. '우리는 사회의 불평등 해소와 인간의 존엄성 실현을 지향한다.' 불평등 해소는 모르겠고 공무원의 존엄성은 확실히 실현하신 거 같다. 축하한다. 폐지는 운동 삼아 주우러 다니시면 되겠다.

9%의 또 다른 구성원들은 대기업 정규직들이다. 광주 기아차 본사 정규직의 평균 연봉은 1억원이다. 그런데 이들과 함께 일하는 2차 협력사 사내 하도급 노동자의 연봉은 2200만원이다. 동일 노동, 동일 임금 원칙은 깡그리 무시된다. 정규직이 임금을 올리면 그 비용은 차량이 아니라 하도급 노동자들의 월급에 반영된다. 원래 우리나라 노동자들의 임금 격차는 이렇게 크지 않았다. 이렇게 벌어지기 시작한 게 노조가 활성화되기 시작한 1987년 노동자 대투쟁 때부터다. 노동운동의 성장으로 노동자가 노동자를 착취하는 구조라, 참 아이러니다.

자, 아직도 대한민국이 1%의 독식으로 보이는가. 현수막을 내건 민중연합당이라는 단체에는 청년 흙수저당도 들어있었다. 정말 1%가 그대들의 일자리를 가로막고 있는가. 누구와 무엇과 싸워야 할지 대상이 안 잡히시는가. 부러우면 지는 게 아니라 모르면 지는 거다. 이 10%의 철밥통을 깨지 않는 한 흙수저 청산은커녕 인생 내내 흑! 하고 울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