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능(IQ)이 높은 사람일수록 친구가 적어도, 일반인보다 더 괜찮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3월4일 자) 영국 심리학 저널 (British Journal of Psychology)에 소개됐다.
이 같은 논문을 발표한 런던정치경제대학(LSE)의 심리학자 가나자와 사토시와 싱가포르경영대의 노먼 리는 “사냥 위주의 수렵·채집(hunter-gatherer) 생활을 했던 우리 조상이었던 생활 방식이 지금까지도 우리의 ‘삶의 행복도’를 판단하는데 많은 영향을 끼친다”고 주장했다.
논문 발표자인 사토시는 우리의 뇌는 1만 년 전 아프리카 사바나에서 수렵·채집하며 살던 시절에서 진화가 멈췄다고 주장한다. 즉 우리의 뇌는 평생 상호작용하는 사람이 150명 남짓한 수렵 환경에서 멈췄으며, 이는 친한 사람들과의 평생 교류가 ‘생존’과 ‘재생산’에 필요한 환경에서 적절한 숫자라는 것이다. 그의 이런 ‘사바나 원칙’은 2004년에 발표됐다.
그리고 이번에 인구 밀집도가 제각각인 18~28세 1만5000명의 미국인을 상대로 한 실험에서 이는 다시 증명됐다.
조사 결과 ▲인구 밀집도가 높은 곳에 사는 사람일수록, 스스로 평가하는 삶의 만족도가 낮게 나왔고, ▲실험 참가자들은 가까운 친구들끼리 깊은 교류를 할 때 더 큰 행복감을 느꼈다.
‘사바나 원칙’을 따른다면, 이는 당연한 결과이기도 하다. 수 ㎢에 고작 몇 사람 사는 사바나 환경(지금의 미국 알래스카와 비슷한 인구 밀집도)에 익숙한 뇌가 갑자기 수 ㎢당 2만7685명이 사는 뉴욕 맨해튼으로 옮겨졌다고 생각해 보라.
리와 사토시는 “지능이 높은 인간들은 인구 밀집도와 행복지수 간에 상관관계가 없고, 오히려 결과가 반대일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인구 밀집도는 지능이 높은 사람에 비해 낮은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이 두 배 크며, 지능이 높은 사람은 이런 환경의 변화(인구 밀집도가 높은 상황)에 더 빠르게 적응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지능이 높은 사람들은 친구들과 자주 어울릴수록 삶의 만족도가 낮다고 평가했다”며 “지능이 높을수록 친구들과의 사회적 교류가 적은 데서 행복을 느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여기엔 두 가지 설명이 가능하다.
브루킹스연구소에서 '행복 경제학'을 전공하는 연구원 캐럴 그래엄은 워싱턴포스트에 "지적 능력이 높은 사람일수록, 의학이나 법률 같은 자신의 전문 영역에 시간을 더 쏟고 장기적인 목적을 이루는데 시간 쏟는 것을 더 좋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런 목적 달성에 훼방 요소가 되는 잦은 사회적 교류는 그들의 만족감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하지만, 논문의 두 저자가 전개한 논리는 이렇다. 어차피 지능이 높은 사람의 행복·만족도는 인구밀집도·사회적 교류에 영향을 별로 받지 않는다. 따라서 자신의 필요에 따라, 보다 높은 목표를 세우고 여기에 전념하기로 했다면, 자신의 모든 인적 네트워크를 다 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모든 교우 관계를 다 끊고도 얼마든지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아마 당신은 정말도 지능이 높은 사람이거나, 아니면 '은둔형 외톨이'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