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 정보] 공천이란 무엇인가?]

여야의 20대 총선 공천이 사실상 마무리되고 있다. 지금까지 새누리당은 비박(非朴)계의 이재오·진영 의원 등 현역 20명을 컷오프(공천 탈락)시켰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명확한 공천 기준도 없이 특정 계파 쳐내기나 보복 공천이 난무했다. 그렇게 탈락시켜 놓고 그 사람을 대체할 눈에 띄는 새 인물도 내놓지 못했다. 정치 혐오감만 가중시키고 있는 것이다.

탈락 의원 상당수는 박근혜 대통령과 관계가 좋지 않았거나 '배신자'로 지목된 인물이다. 공천위는 '정체성'을 탈락 이유로 들고 있지만, 이들이 새누리당 주요 정책에 반대했던 적이 없었다. 자유민주주의나 시장경제를 거부한 의원은 더더욱 없다. 새누리당의 정체성이란 것이 박 대통령 말을 잘 듣느냐 아니냐에 달린 것이라면 더 이상 공당(公黨)이 아니다.

유승민 의원에 대한 공천 여부 결정은 이날 또다시 미뤄졌다. 수도권 의원들이 여론 악화를 우려해 유 의원 공천을 요구하지만 박 대통령이 워낙 강하게 반대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는 얘기가 파다하다. 잘려나간 현역 대신 공천장을 받은 인물은 대부분 '진박(眞朴·진짜 친박)'을 자처하던 사람들이다. 이런데도 청와대는 '공천과 관련 없다'는 발뺌만 하고 있다. 국민을 속이는 것이다.

야당도 크게 나을 게 없다. 더불어민주당은 친노 핵심인 이해찬 의원을 비롯해 현역 22명을 떨어뜨렸다. 운동권 정당에서 벗어나겠다며 친노를 쳐낸 것은 의미가 있다. 하지만 대표적 인물 몇 명을 본보기로 쳐내서 유권자들 눈을 현혹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실제로 더민주는 공천 탈락했던 친노 윤후덕 의원을 이날 뒤늦게 구제했다. 선거에서 표를 얻기 위해 잠시 본색을 숨기고 있는 운동권들이 선거만 끝나면 곧바로 당을 장악해 운동권당을 만들 가능성이 있다. 새 정치를 외쳤던 국민의당은 여기저기서 기성 정치인들을 모아 공천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많은 사람이 한국 정치를 바꾸려면 권력자가 쥐고 흔드는 공천 제도를 없애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 점에서 새누리당이 전국 140여 곳에서 진행 중인 경선은 의미가 없지 않다. 국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오픈 프라이머리가 아니라 전화 여론조사라는 근본적 문제가 있다. 경선서 뽑힌 후보들이 주로 현역 의원이나 당협위원장이 대부분인 것도 문제다. 그러나 지역구민이 후보를 뽑는다는 뜻까지 폄훼할 수는 없다. 국민이 참여하는 제대로 된 상향식 공천 방안을 차근차근 정착시켜 나가야 한다. 그래야만 세계 10위권 경제 국가에서 벌어지는 낡고 권위적인 공천 추태가 끝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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