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서울대교구 사제서품식. 연거푸 술을 들이켜는 사람이 있었다. 영성체(領聖體)를 마친 후 남은 포도주를 비우는 중이었다.

그리스도교의 성찬례(聖餐禮)는 '최후의 만찬'에서 비롯된 예식이다. 예수님은 최후의 만찬에서 제자들에게 빵과 포도주를 나눠주며 "나의 몸" "나의 피"라고 말했다. 예수님은 또 "이는 새 언약(계약)"이라고 말했다. 성찬례 때 축성된 빵과 포도주는 단순한 빵과 술이 아니라 성체(聖體)와 성혈(聖血)로서 예수님과 신자들을 일치시키는 영적 음식이자 사랑의 표지가 된 것. 성찬례 후에 남았다고 해서 예수님의 피를 버릴 수 없기 때문에 다 마시는 것이다.

그런데 천주교와 개신교, 그리고 개신교 교파에 따라 성찬례에 쓰는 빵과 포도주가 다르다. 천주교는 성찬례에 쓰는 빵과 포도주를 교회법으로 규정해 관리한다. '미사주(酒)'의 경우, 국내에서는 포도 재배부터 포도주 제조까지 주교회의 전례위원회에서 특별 관리한 마주앙 미사주를 사용한다. 미사 때 사제는 성작(聖爵·잔)에 이 미사주(주로 백포도주)와 물을 탄 후 종잇장처럼 얇은 빵을 찍어 먹는다. 신자들은 밀빵만 먹는다.

개신교는 교단에 따라 떡과 포도주가 모두 다르다. 천주교와 전례가 가장 비슷한 대한성공회는 성가수녀회 수녀들이 만든 적포도주를 미사에 주로 사용한다. 대한기독교감리회(감리교)는 교회별로 사용하는 빵과 포도주에 자유로운 편이다. 신자 200명 규모의 서울 마포 산마루교회(이주연 담임목사)는 매월 1회 성찬례 때 신자들이 바친 적포도주에 식빵 조각을 적셔서 신도들에게 나눈다. 신도가 많은 교회는 큰 빵을 뜯어서 포도주에 적셔 신도들에게 나눠주기도 한다. 포도주 양은 나눠줄 신도 수에 맞춰 알맞게 따른다. 그래도 남는 경우엔? 이주연 목사는 "남은 빵으로 남은 포도주를 깨끗이 닦아 땅에 묻는다"고 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은 국내 개신교 교단 중 보수적 색채가 강하다. 이 교단은 여성 목사 안수를 인정하지 않고, 음주도 엄격히 금한다. 예수의 피를 상징하는 포도주 역시 알코올이 들어갔기 때문에 허용하지 않는다. 술을 마시지 않는 이 교단은 성찬례 때 포도주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을까. 답은 '포도즙'이다. 예장합동 소속의 한 목회자는 "과거 여러 교단이 참가한 부활절연합예배 성찬례 때 진짜 포도주가 나오는 바람에 포도즙에 익숙한 예장합동 소속 교인들은 당황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