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10일 정청래·윤후덕 의원 등 현역 5명을 공천에서 탈락시켰다. 정청래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과 동료 의원 등에 대한 잇따른 막말로 파문을 일으킨 당내 대표적인 강경파다. 이로 인해 그는 징계를 받았고 물갈이 대상으로 지목돼 왔다. 윤후덕 의원은 자녀에 대한 취업 청탁으로 구설에 올랐다. 김종인 대표는 그간 친노(親盧) 패권을 청산하고 운동권 정당 체질을 바꾸겠다고 공언해 왔다. 이를 위해 현역 재선·중진 의원 30~50%에 대한 평가를 통해 컷오프(공천 탈락) 시키겠다고 했다. 예고했던 대로 막말·갑질 논란을 일으킨 강경파·친노 의원을 일부 탈락시킨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하지만 이들 외에 다른 친노·운동권 의원 다수는 컷오프를 무사히 통과했다. 친노 성향으로 분류되는 의원들과 대표적인 486 운동권 출신들이 대부분 공천을 받았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막말 발언 등으로 논란이 됐던 이종걸 원내대표를 비롯한 여러 중진도 마찬가지다. 전날 경선 지역 10곳 발표 때도 막말 논란을 빚었던 김경협 의원, 당내 회의에서 '봄날은 간다' 노래를 불러 구설에 오른 유승희 의원 등이 모두 구제됐다. 여론의 표적이 된 정 의원 등 몇 명을 바꿔 물갈이 모양새만 갖추고 뒤로는 친노·운동권 핵심을 모두 살려준 결과다.

친노·운동권 출신이면 모두 정치를 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가 아니다. 그들 중 일부는 합리적 대안을 찾는 정치인으로 활동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적지 않은 사람이 세상을 선악(善惡) 이분법으로 보고 자신을 선(善)으로 여기는 어이없는 위선에 빠져 있다. 역대 최악이라는 이번 19대 국회는 주로 이들에 의해 갈 길이 가로막혀 왔다.

아직 공천 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현역 의원 중에도 친노 패권의 핵심으로 지목되거나 막말·갑질 논란을 빚은 이가 많다. 하지만 지금 같은 추세라면 맛보기 식으로 몇 명 쳐내는 외에 당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공천 개혁은 물 건너갈 가능성이 크다. 김 대표는 '운동권 정당 청산'을 국민 앞에 약속했다. 중대한 정치 공약이다. 반발과 고통을 무릅쓰고 실천하지 않으면 김 대표의 거침없는 언행에 주목했던 국민의 시선은 달라질 것이다. 그리고 총선이 끝난 뒤 더민주당은 '도로 운동권당(黨)'으로 또다시 얼굴을 내밀 것이다.

[[사설] 청와대가 이렇게 노골적으로 선거에 개입해도 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