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9일 애초 초·재선 '컷오프(공천 탈락)' 의원 명단을 공개할 예정이었지만 10일로 미뤘다.

더민주는 "아직 정무적 판단이 남았다"는 이유로 현역 의원 경선 지역 10곳만 발표했다. 그러나 막말 등으로 논란이 됐던 의원들이 다수 생존하면서 "'김종인표 물갈이'도 친노(親盧) 패권 공천"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세작' '봄날은 간다' 모두 생존

경기 부천 원미갑에서는 김경협 의원이 경선을 치르게 됐다. 김 의원은 당내 비노(非盧) 세력을 향해 "새누리당의 세작(細作·간첩) 아니냐"는 발언으로 당 윤리심판원에서 2개월의 당직 자격정지를 받은 전력이 있다. 이 때문에 대표적 '친노'로 지목됐지만 이날 탈락 대상에서 제외됐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왼쪽) 대표와 변재일(가운데)·박영선 비상대책위원이 9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 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서울 성북갑에서는 유승희 의원이 경선 기회를 얻었다. 유 의원은 계파 갈등으로 주승용·정청래 당시 최고위원 간 설전(舌戰)이 오가던 최고위원회의에서 '봄날은 간다'라는 노래를 불러 "정당을 '봉숭아 학당'으로 만들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비례대표 의원 중 대표적인 강경파로 꼽히며 컷오프 가능성이 거론되던 은수미 의원 역시 성남 중원에서 경선을 치르게 됐다. 유승희, 은수미, 김경협 의원은 모두 테러방지법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에 참여했었다.

야권 안팎에서는 '김종인표 물갈이'가 기대에 못 미친다는 말이 나왔다. "세작도 살고 봄날도 살았는데 누굴 칠 명분이 있겠느냐"는 것이다. 야권 관계자는 "친노 패권주의와 '막말' '갑질' 논란으로 공천 탈락 얘기가 나오던 의원 상당수가 살아남았다"며 "'바지 사장' 김 대표의 '바지 공천' 아니냐"고 했다.

홍창선 공천관리위원장은 김 의원의 '세작 발언' 사건을 아예 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 신문의 한 줄짜리 기사까지 스크린했다"고 했던 홍 위원장은 당 관계자에게 "김경협이 막말? 무슨 막말을 했느냐"고 물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홍 위원장은 "스토리를 이야기해달라. 세작이라고 어디서 녹음한 게 있느냐"며 배경 설명을 들은 후에는 "그건 막말이 아니다"고 했다고 한다.

◇탈락 후보들 '나 떨고 있니'

[김종인 "이번 주 지나면 통합 논의는 끝"]

홍 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초·재선 일부와 3선 이상 중진도 오늘 중으로 (심사를) 다 마칠 것"이라고 했다. 이르면 10일부터 현역 탈락 의원이 공개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당 관계자는 "논란이 있던 의원들 중 오늘 경선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경우 오히려 탈락 가능성이 더욱 커진 것"이라고 했다.

공관위는 8일 심야까지 컷오프 대상에 오른 의원들을 놓고 가부(可否) 투표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공천위원은 "정청래, 이목희 의원을 두고 격론을 벌였다"며 "김경협, 전해철 의원 등도 토론 끝에 가부 투표를 한 경우"라고 했다. 정 의원은 '공갈' 발언으로 논란이 됐고, 이 의원은 보좌진의 월급을 상납받은 의혹을 받고 있다.

국민의당 김정현 대변인은 "친노 패권적 행태에 앞장선 인사들이 경선을 가장해 다수 포함된 것은 친노 패권 공천의 또 다른 버전"이라며 "김종인 대표가 친노 패권적 행태를 씻어내겠다고 공언했는데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했다.

국민의당은 지난 7일 이해찬·이목희·정청래·김경협·전해철 의원 등 5명을 '친노 패권·무능 86' 세력으로 꼽고 총선에서 심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중 김경협 의원은 살아남았지만 나머지 의원들의 경우 컷오프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해당 의원들은 "난 정밀 심사 대상이 아니다" "뜬소문"이라며 공천 탈락설을 부인했다.

한편 이날 공천위의 발표 전에 경선 명단이 적힌 문건이 한 방송사에 먼저 유출됐다. 애초 문건에 있던 현역 의원의 12곳 경선 지역구 중 광주 서구갑(박혜자 의원)과 전북 익산갑(이춘석 의원)은 발표 과정에서 빠졌다. 홍 위원장은 "최종 명단이 아니라 엄밀히 따지면 초안"이라고 했지만, 공천위는 명단 사전 누출자에 대한 색출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