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는 고(高)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인 사드(THAAD)의 주한 미군 배치와 관련해 4일 우리 국방부에서 공동 실무단 구성을 위한 약정을 체결하고 첫 실무회의를 열었다.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지난달 7일 양국이 북 위협에 대응해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공식 협의하겠다고 밝힌 지 26일이 지나서야 테이블에 마주앉은 것이다. 군사·외교 전문가들은 "사드 배치를 맹렬히 반대하는 중국에 대한 고려와 총선·대선 등 국내 정치 일정 때문에 실제 배치 결정까지는 최소 5개월에서 2년 이상 걸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상황에 따라 배치 자체를 장담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사드 한반도 배치 장담 못해"

국방부는 이날 배포한 보도 자료에서 "(한·미는) 사드의 배치 가능성에 관해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가능성이란 말을 쓴 것은 배치를 안 할 수도 있다는 뜻이냐'는 기자들 질문에 대해 "적정 부지가 있어야 한다" "100% 미래를 정확히 말 못한다" 등으로 즉답을 피했다.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해리 해리스 미 태평양사령관도 "논의를 시작했다고 해서 반드시 배치한다는 뜻은 아니다"고 했었다. 한·미 군 당국은 지난 7일 사드 협의 공식화 직후에는 배치를 기정사실화하는 발언을 쏟아냈지만, 최근 들어 '가능성'을 강조하며 입장이 미묘하게 변하고 있다. 이날 자료에서는 한·미가 사드 배치와 관련해 수차례 강조해 온 '조속한 시일 내에'라는 표현도 사라졌다.

외교부 차관을 지낸 김성한 고려대 교수는 "중국이 사드에 대해 예상보다 훨씬 강력하게 반발하면서 사드의 전략적 효용성이 더 커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중국의 대북 제재 동참뿐만 아니라 남중국해 문제와 관련해서도 사드를 '협상 카드'로 쓸 수 있으며, 이 경우 한·미의 사드 협의가 지지부진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미국은 8월 중순까지 북한의 국제 금융 거래를 완전히 중단시킬 수 있는 '자금 세탁 우려 대상국' 지정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는데 이때가 사드 배치의 1차 고비가 될 것"이라며 "그때까지 중국이 강력한 대북 제재에 동참하고 북한도 변화의 조짐을 보이면 자금 세탁 우려 대상국 지정 및 사드 배치 여론도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국방부가 '가능성'이란 용어를 쓴 것은 이런 상황에 대비한 '출구 전략'의 일환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사드 논의, 다음 정권으로 넘어가나

국내 정치 일정도 변수다. 지난달 7일 사드의 주한미군 배치 협의가 공식화된 이후 배치 후보지에 출마한 총선 예비 후보들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사드 레이더의 전자파 유해성 문제 등을 내세우며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미간 비용 분담 문제도 정치 쟁점화될 수 있다. 내년 대선 정국으로 넘어가면 배치 결정이 다음 정권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미 하원 외교위원회 아시아·태평양 소위원회는 이날 북한의 도발에 맞서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촉구하는 내용의 초당적 결의안을 발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