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덕 서울대 규장각 한국학연구원 교수

문화체육관광부의 '20 15년 국민 독서 실태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 열 명 가운데 6.5명이 1년 사이에 종이책을 1권 이상 읽었다고 한다. 이 '연평균 독서율'이 매년 떨어지고 있어서 "한국인이 점점 더 책을 읽지 않고 있다"고들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런데 같은 조사에 따르면, '독서자 기준 평균 독서량'은 2013년의 12.9권에서 2015년에는 14권으로 늘었다. 전체 국민 중 책 읽는 사람은 줄고 있지만, 책 읽는 사람들의 독서량은 늘고 있다는 것이다. 독서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다. 필자 주변에도 한 달에 100만원 이상 책을 구입하는 독서 고수가 많다. 이런 분들은 자기 업무와 무관한 분야에 대해서도 깊은 식견을 지니고 있다. 어떤 분야에 대한 책을 많이 읽다가 깨달음을 얻는 경지에 이른 것이다. 이런 분들이 이끌어 가는 한국 사회는 그래도 괜찮겠구나 하고 탄복하게 된다.

다만, 이런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아쉬움을 느끼는 경우가 있다. 이런 독서인들도 어떤 연구자의 학술 논문이나 연구서까지는 읽지 않는 경우가 있어서다. 지적 흥미와 통찰이 가득한 논문을 쓰지만 교양서는 쓰지 않는 연구자가 많다. 베스트셀러 교양서를 쓰지만 연구서와 논문은 많이 쓰지 않는 사람도 있다. 연구서와 교양서 양쪽 모두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연구자는 한국 학계에서 손꼽을 정도다.

그런 연구자 가운데 한 사람이 성균관대 안대회 교수다. 독서인들에게 안대회 교수는 '담바고 문화사'나 '조선의 프로페셔널', '벽광나치오' 등의 저자로 알려져 있을 터이다. 그러나 안대회 교수의 핵심 연구 분야는 한시(漢詩)다. '18세기 한국 한시사 연구'부터 최근작 '궁극의 시학'에 이르기까지, 독서인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안대회 교수의 한시 연구서도 많이 나와 있다.

그 가운데 필자는 특히 '윤춘년과 시화 문화(詩話文話)'(소명출판·2001)라는 책을 주변 독서인들에게 추천한다. 허균·임제 등과 함께 조선이라는 국가의 문화적 다양성을 대변한 윤춘년. 김시습의 '금오신화'를 출판한 사람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윤춘년이라는 이름은 좀 더 널리 알려질 필요가 있다. 이처럼, 주류 집단에서는 밀려났지만 강렬한 개성을 지닌 인물들에게 주목하는 안대회 선생의 관점을 알게 되면, 그가 쓴 교양서도 더욱 풍요롭게 읽을 수 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