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우다웨이 한반도사무 특별대표가 지난 29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외교부에서 윤병세 외교부 장관을 만나기 전 생각에 잠겨 있다.

중국의 우다웨이 한반도사무 특별대표는 3일 본지 기자들과 만나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얘기부터 꺼냈다. 그는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한·중 협력이 중요하다"면서도 "사드 (한반도) 배치는 중국의 전략적 이익에 큰 해를 끼치는 일"이라고 했다. 홍위병 출신인 그는 한국과 일본에서 대사를 지낸 아시아통(通)이다.

사드 자체가 문제인가, 미국이 주도하는 사드가 문제인가?

"사드의 방공 미사일은 큰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한국에 배치하려는 사드 레이더는 '중국 내륙 깊숙한 곳(腹地)'까지 탐지할 수 있다. 한국과 미국이 손을 잡고 사드를 배치하려는 것도 큰 문제다. 한국의 사드가 (중국을 감시하는) 미국의 눈이 되기 때문이다. 일본에도 사드 레이더가 있다. 하지만 중국에서 800㎞ 이상 떨어져 있기 때문에 중국 해안 지역만 탐지 범위에 들어간다. 중국은 미국이 한국에 사드를 배치하면 미군 기지가 중국 쪽으로 800㎞ 전진한 것으로 해석한다."

미국의 사드가 아니라 유럽이나 이스라엘의 (미사일 방어) 무기 체계를 한국에 가져와도 반대할 건가.

"중국은 한국이 자국 안보를 위해 북한 위협에 대응하는 조처를 하는 것은 동의한다. 한국이 유럽이나 이스라엘 무기 체계를 가져온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이때도 레이더 탐지 범위가 중국 깊숙이 들어오면 곤란하다. 중국의 안보 이익을 해쳐서는 안 된다."

4차 핵실험까지 강행한 북한에 대한 중국의 생각은?

"중국 민중은 분개하고 있다. 3차 핵실험(2013년 2월) 때만 해도 중국인의 반응은 나뉘어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완전히 한쪽(북한 비난)으로 기울었다. 북한이 제 무덤을 파고 있는 것이다."

북 핵실험 이후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 간의 전화 통화가 늦었는데….

"사실 이번 핵실험이 북한 주장대로 수소폭탄 실험인지를 확인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핵실험의 종류를 정확하게 파악해야만 양국 지도자가 의미 있는 논의를 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 전화가 늦은 것이다. 만약 북한이 수소폭탄 실험에 성공했다면 핵 능력이 크게 진전했다는 의미가 된다. 내가 평양에서 (베이징으로) 돌아온 것이 2월 4일이고, 그다음 날인 5일 시 주석과 박 대통령이 통화했다. 사실관계가 확실히 파악된 다음에 통화가 이뤄진 것이다. (북 핵실험 관련해서) 박 대통령은 시 주석과 직접 통화한 첫 번째 국가 원수다. 두 번째가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다."

對北제재 결의안 통과 직후… 활짝 웃는 유엔 美·中 대사 - 2일(현지 시각)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역사상 가장 강력한 대북 제재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결의안이 통과되고 난 뒤 서맨사 파워(왼쪽에 서있는 여성) 유엔 주재 미국 대사가 류제이(가운데) 유엔 주재 중국 대사, 모브시스 아벨리안(오른쪽) 유엔 정무국장과 함께 활짝 웃고 있다.

[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사드(THAAD)'란?]

대북 송유관 차단이 가장 효과적인 대북 제재라는 이야기가 많은데 중국 입장은?

"매우 복잡한 문제다. 현재 안보리 결의안에 따르면 대북 송유관을 차단할 필요는 없다. 만약 송유관으로 북한에 유입되는 원유가 핵실험과 직접 관련이 있다고 하면 중국은 차단에 나설 수도 있다. 하지만 (송유관은) 북한 민생 경제와 관련이 있는 문제이다. 유엔에서도 이를 고려한 것으로 안다."

북한 정권의 핵 정책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

"1993년 중국 대표단이 평양을 방문했을 당시 북한 최고지도자는 '핵 개발에 동의하지 않는다. 핵 개발로 북한이 얻을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핵 개발을 하지 않을 것이지만, 젊은 세대는 핵 개발을 원한다'고 했다. 후임자는 비핵화 기조를 크게 부인하지 않으면서도 비밀리에 꾸준히 핵 개발을 했다."

북한은 과연 핵을 포기할 수 있을까.

"지금 북한은 비핵화를 아예 언급하지 않고 있으며 핵 보유를 헌법과 당 노선에 명시했다. 이 같은 정책을 바꾸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북한의 핵 개발은 가속도가 붙을 가능성도 있다. 집권 4년 만에 핵실험을 두 차례나 한 것만 봐도 이를 알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은 다시 핵 협상 자리로 돌아와야 한다. 2005년 9·19 공동성명(핵 포기와 평화 체제 협상 명시)을 따라야 한다. 지난 4년간 북한과 접촉하면서 지켜본 결과 북한의 현 체제는 안정적이라고 본다. 그러나 한국 언론을 보면 북한 고위층의 척결과 면직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북한 체제가 불안정해지지 않을까 우려한다. 중국은 북한 체제의 안정을 원한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의 '항장무검(項莊舞劍)' 발언이 화제였다.

"한국 일부 언론이 왕 부장의 '항장무검' 발언을 보도하면서 한국을 미국의 명령을 받는 부하처럼 묘사했다고 해설한 적이 있는데 이는 잘못된 것이다. 아침에 신문을 읽으면서 매우 놀랐다. 고사성어의 뜻은 항우 측(미국)이 유방(중국)을 노린다는 것에만 집중돼 있지 항장(項莊)이 항우의 조카였다는 그런 (상하) 관계는 조금도 담고 있지 않다('항장=한국'이라며 한국이 미국을 대신해 칼춤을 춘다는 해석은 잘못이란 의미). 왕 부장은 사드 배치를 중국을 겨누는 미국의 칼춤에 비유하며 중국과 미국의 이야기를 한 것뿐이다."

현재 한·중 관계를 평가해 달라.

"박 대통령은 대단히 적극적으로 대중 관계를 구축해왔다. 한국 대통령이 집권 후 일본보다 먼저 중국을 방문한 것은 박 대통령이 처음이다. 작년에는 미국 반대에도 중국 전승절 열병식에 참석했다. 현재 한·중 관계는 누가 뭐래도 수교 이후 가장 좋은 관계라고 할 수 있다."

한반도 통일에 대한 견해는?

"자주(自主)를 빼지 마라. 과거 한국은 '자주·평화' 통일을 강조했는데 지금은 평화와 통일만 논의하려고 한다. 한국에선 중국이 말하는 '자주'를 주한 미군 철수를 요구하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중국은 그런 의미로 자주를 사용하지 않는다. 중국은 남북이 협상을 통해 통일하는 것이면 모두 환영한다. 또 자주에는 중국이 통일에 간섭하지 않는다는 의미도 포함된다."

북한이 오늘 또 단거리 미사일을 쐈다.

"지난 2월 북한 측은 나에게 '우리는 첫 발(선제 공격)을 쏘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한국과 미국도 '첫 발'을 쏴선 안 된다. 오늘 북한이 발사한 단거리 미사일의 방향은 일본 쪽이다. 일본은 이번 안보리 제재 결의안 채택 과정에서 별말 없이 조용히 있었다. 아마 일본이 분노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