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수도권 6개 관심 지역에 대한 미디어리서치의 총선 후보 지지도 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당 후보가 4개 지역에서 앞서고, 새누리당은 2곳에서만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여다야(一與多野) 구도로 총선이 치러지면 새누리당이 크게 우세할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 달리 야당이 수도권 상당 지역에서 선전할 수 있다는 결과다.

서울·수도권의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도 새누리당은 더민주에 불과 5~6%포인트가량 앞서는 데 그쳤다. 작년 말 10% 안팎이었던 격차가 확 줄어든 것이다. 더민주와 국민의당, 정의당 지지율을 모두 합치면 여당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앞선다. 더민주 김종인 대표가 최근 제기한 야권 통합이나 선거 연대가 실제로 이뤄진다면 새누리당이 수도권에서 참패하는 결과까지 나올 수 있다.

새누리당은 다자(多者) 대결 구도로 가면 여당이 필승할 것이라고 공공연하게 얘기해 왔다. 일각에선 국회선진화법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180석 확보도 가능하다는 장밋빛 전망까지 내놨다. 하지만 실제 수도권 민심은 새누리당의 일방적 기대와는 전혀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

이는 모두 새누리당이 자초한 일이다. 새누리당이 지난 몇 달간 한 일이라곤 공천을 놓고 친박과 비박으로 갈라져 집안싸움을 벌인 것뿐이다. 김무성 대표와 비박은 '상향식 공천'을 앞세워 현역 기득권 지키기에 급급했고, 제대로 준비도 없이 경선을 밀어붙이다 유령당원 논란에 부딪혔다. 친박 진영은 전국을 돌며 '진박(眞朴·진짜 친박) 후보 밀어주기' 쇼를 벌이다 당내 분란만 키웠다. 결국 살생부 논란으로 친박과 비박이 치고받는 꼴불견 작태로 이어졌다. 그간 변변한 인물 영입 한번 없었고, 눈에 띄는 총선 정책이나 이슈도 내놓지 못했다.

야권이 분당(分黨) 이후 인물 영입 경쟁과 현역 컷오프(물갈이), 정책·노선 변화를 시도하며 몸부림치는 동안 공룡 여당은 '다자 대결 필승론'에만 기댄 채 아무런 변화도, 비전도 보여주지 못했다. 이러고도 총선에서 절반을 넘어 180석까지 얻겠다고 한 것 자체가 오만이고 착각이다.

새누리당은 야권에서 벌어지는 통합·연대 논의가 정치적 꼼수라고 뒤늦게 난리치고 있다. 하지만 스스로는 아무런 혁신이나 변화 없이 밥그릇 다툼만 하면서 야당만 비판할 자격이 있는지 심각하게 반성해야 한다. 지금처럼 청와대 거수기 역할만 하며 공천 싸움을 이어간다면 총선에서 표를 달라고 할 아무런 명분도 염치도 없다. 설사 야권 통합이나 연대가 이뤄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이대로의 새누리당으로는 총선 승리는 난망한 일이 될 것이다.

[[사설] 관심은 의원 배지뿐인 '국민의당'의 예고된 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