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이 창당 한 달여 만에 결정적 위기 국면에 들어섰다. 더불어민주당과의 통합 문제를 둘러싸고 내분이 표면화되고 있고, 여러 여론조사에서 당 지지율이 10% 미만으로 고착화되는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다. 이대로라면 총선 전에 존재감 자체가 희미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

더민주당 김종인 대표의 통합 제안 다음 날인 3일 안철수 공동대표는 '공작 정치' 같은 말까지 써가며 거부했다. 그러나 김한길 선대위원장은 "이미 (통합 논의가) 굴러가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천정배 공동대표도 비슷한 말을 했다. 당의 지도부라는 세 사람부터 당의 중대한 진로 문제에 대한 입장이 이렇게 갈리고 있다. 다른 의원들도 갈팡질팡하고 있다.

국민의당은 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이라는 거대 양당의 기득권 교착 구조를 깨겠다며 시작했던 정당이다. 창당 초만 해도 국민은 더민주를 넘어서는 지지를 보냈다. 새누리당, 더민주의 끝도 없는 정쟁에 질린 사람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국민의당 사람들은 이 지지와 기대를 이렇게 빨리 까먹은 것을 강고한 양당 구조의 뿌리 탓으로 돌릴지 모른다. 그런 측면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스스로의 책임은 없는지 돌아봐야 한다.

국민의당은 창당 직후 원내 교섭단체 구성이 제1 목표라도 되는 양 매달렸다. 원칙 없이 사람들을 끌어모으면서 과연 이 당이 무엇이 다르냐는 회의감을 스스로 확산시켰다. 지역당이라는 말까지 나오는데도 안 대표 등은 아랑곳하지 않는 듯했다. 정책적으로도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개성공단 중단, 사드 배치, 테러방지법 필리버스터 등 차별성을 보여줄 기회가 여러 번 있었는데도 더민주 '2중대'를 하거나 양비론에 머물렀다. 내분 양상도 끊임없이 벌어졌다.

국민의당이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통합이나 선거 연대 요구에 몰리는 상황이 오리라는 것은 예상된 일이었다. 과거 거의 모든 제3당이 이런 압박을 받았다. 그러나 국민의당 일부 의원은 이런 제안이 오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반색을 하고 있다. 그들은 불과 한두 달 전 온갖 비난을 퍼부어대며 더민주를 떠났던 사람들이다. 그러더니 이제 한입으로 다시 합치자는 얘기를 하고 있다. 이래서야 더민주에서 공천받기 어려울 듯한 사람들이 의원 배지 한 번 더 달려고 수를 낸 것이라고 해도 달리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국민의당이 없어지기 싫다면 이 얄팍한 계산부터 버려야 한다.

[[사설] 多者 대결서도 밀리는 새누리, 자업자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