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30대 대기업 가운데 현대·기아차, 대우조선해양, 현대오일뱅크, LG유플러스, 현대제철, 한국GM, 대한항공 등 8곳이 노사 단체협약에 '정년퇴직자나 장기 근속자 자녀를 우선 채용한다'는 식으로 '고용 세습(世襲)' 조항을 두고 있다. 이 사실은 고용노동부 실태 조사에서 확인됐다.

현재 청년 실업률은 16년 만의 최고치로 10%에 육박하고 있다. 미취업 젊은이들은 번듯한 대기업에 취직하겠다는 일념 아래 취업 지원서를 수십 장, 수백 장씩 돌리며 방황하고 있다. 이들에게 '고용 세습'만큼 분통 터지는 소식도 없을 것이다.

원래 노동운동의 출발은 힘없고 가난한 근로자들 권익(權益)을 보호하자는 것이었다. 어느 틈에 노동운동이 정치 운동으로 변질하더니 이젠 노조원들 기득권을 철통같이 지키고 유지하고 대물림까지 하는 '나만 살고 보자'는 탐욕(貪慾)에 오염되고 말았다. 고용부 자료를 보면 2014년 제조업 분야 중소기업 월급은 239만원이었는데 대기업 월급은 456만원으로 거의 두 배다. 대기업 노조들은 월급 많이 받는 귀족 노조 조합원 신분을 자식에게 대물림해주겠다고 하고 있는 것이다.

법원은 2013년과 2015년 "대(代)를 이어 일자리를 보장하는 방식은 안 된다"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공공 기관 66곳은 고용 세습 조항을 삭제했지만 일부 대기업 노조가 여전히 문제 조항을 갖고 있는 것이다. 고용부는 대기업 고용 세습 조항을 즉각 삭제하도록 시정 명령을 내리고 이행하지 않는 기업의 노사 모두를 처벌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귀족 노조들 횡포를 이대로 방치해두면 조만간 비정규직과 청년 실업층이 기존 노동 단체들을 개혁 대상으로 지목해 투쟁에 돌입하는 사태가 벌어질 것이다.

[[사설] 多者 대결서도 밀리는 새누리, 자업자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