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은 2일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의 통합 제안에 대해 공식 논평을 하지 않았다. 안철수 대표는 작년 12월 탈당할 때부터 줄곧 "선거 연대는 절대 없다"고 말해왔다. 이 때문에 국민의당 의원들도 연대 문제에는 말을 아꼈다. 그러나 본지가 이날 국민의당 현역 의원 17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안 대표 등 3명을 뺀 나머지 의원은 당 대(對) 당 통합, 수도권의 야권 연대 등에 긍정적이었다.

안 대표는 이날 통합 제안에 대해 "지금 이 시점에 그런 제안을 하는 의도가 의심스럽다"며 "먼저 당내 문제부터 정리하시기 바란다"고 답했다. '김 대표를 따로 만나 연대 문제를 논의할 생각이냐'고 묻자 "제 생각은 이미 분명하게 말했다"고 했다. 탈당 이후 강조해왔던 독자 노선을 바꿀 생각이 없다는 뜻이었다. 안 대표 측 관계자는 "제3당의 길을 가겠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며 "또다시 철수(撤收)는 없다"고 했다. 이날은 국민의당이 창당 한 달을 맞은 날이었다.

박지원 의원과 권노갑 전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이 2일 국회에서 국민의당 지도부와 만나 입당에 합의했다. 왼쪽부터 김영환 국민의당 인재영입위원장, 박 의원, 권 전 상임고문, 안철수·천정배 국민의당 공동대표.

하지만 천정배 대표와 김한길 상임선대위원장은 안 대표와 달랐다. 천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번 총선에서 반드시 새누리당의 압승, 과반을 저지해야 한다는 게 제 일관된 생각"이라고 했다. 또 "통합은 워낙 중대한 문제라서 더 논의해봐야 한다"고 했다. 천 대표는 그동안 수도권 야권연대를 주장했었다. 김 위원장도 "깊은 고민과 뜨거운 토론이 필요한 문제"라며 "다른 의원들 얘기도 들어보니 '친노(親盧) 패권주의 청산 등이 선행되면 연대도 가능하다'고 하더라"고 했다. 천 대표와 김 위원장 측 관계자들은 "두 사람 모두 연대주의자"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탈당한 최재천 의원을 국민의당에 총선기획단장으로 합류시켜 더민주와 연대하는 협상을 주도해줄 것을 권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 의원은 김종인 대표와 가깝다. 이 때문에 이날 김 대표 통합 제안 전에도 최 의원이 국민의당 쪽에 의견을 미리 타진했을 것이라는 말도 나왔다. 이에 대해 최재천 의원은 "노코멘트"라고 했다. 하지만 한 현역의원은 "1주일 전부터 더민주 의원들이 우리 쪽에 '김 대표가 사석에서 친노를 치겠으니 합치자는 말을 하더라'며 생각을 물었다"고 했다.

[국민의당 대표 안철수는 누구?]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안 대표와 천 대표, 김 위원장 세 사람을 제외한 국민의당 의원 14명 중 12명은 본지 조사에서 "친노 청산 등 명분만 있다면 통합이나 연대가 가능하다"고 했다. 주승용 원내대표는 "김 대표의 정치적 의도가 궁금하지만 새누리당에 어부지리를 줄 수 없기 때문에 지역에 따라 연대할 수는 있다"고 했다. 최원식 의원도 "우리가 당을 나온 이유인 친노 패권주의와 낡은 운동권 정치 청산이 보장된다면 수도권 연대는 해야 한다"고 했다. 장병완 의원은 "호남 통합은 어렵겠지만, 수도권은 연대 없이 어려운 지역 아니냐"고 했고, 김영환·권은희·김승남·황주홍 의원도 비슷한 의견이었다.

일부 의원은 '당 대 당' 통합까지 언급했다. 문병호 의원은 "이대로 가면 우리나 더민주 다 총선에서 박살 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있다"며 "양당이 서로 동의한다면 복잡한 연대보다 통합이 낫다"고 했다. 김동철 의원과 유성엽 의원은 "친노들이 대국민 사과를 하든 청산을 공표한다면 당 대 당 통합도 할 수 있다"고 했다. 임내현 의원은 "김종인 체제에서 더민주 강경파 문제가 일부 해소된 것 같다. 어차피 통합은 우리가 가야 할 길이기 때문에 이번에 뭉쳐야 한다"고 했다. 김관영 의원도 "최악의 경우 야권이 100석도 못 얻을 수 있다"며 "실리와 명분을 살린 통합 논의를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박주선·신학용 의원은 안 대표 주장처럼 "3당 체제로 총선을 치러야 한다"고 했다. 박주선 의원은 "우리가 더민주를 대체할 야당을 만들겠다고 신당을 창당했는데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채 통합을 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국민의당을 무력화하려는 김종인의 꼼수"라고 했다. 신학용 의원도 "당이 지지율도 떨어지는 등 어려운 상황이지만, 그래도 새판을 짜겠다는 약속을 끝까지 지켜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