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가 2일 갑자기 국민의당을 향해 재통합하자고 제안했다. 김 대표는 한 달여 전 더민주에 들어간 이후 줄곧 통합은 물론 야권 연대에도 부정적 입장을 밝혀왔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도 "결단코 없다"는 말을 여러 차례 반복해왔다. 이런 여러 말에도 불구하고 또 언제 그랬냐 싶게 그 길로 갈 것이라는 예상이 적지 않았는데 결국 그렇게 되려 하고 있다.

문재인·안철수 두 대선 주자의 욕심 때문에 그렇게 쉽게 분당(分黨)도 되고 합당도 된다면 지금 야당이 책임정치엔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드러낼 뿐이다. 더민주와 국민의당이 분당 이후 서로에 대한 적대감을 노골적으로 표출해왔던 일을 생각하면 정치가 이렇게 희화화되어도 되나 싶을 정도다.

야권의 단일화 쇼는 선거 때마다 빠진 적이 없다. 너무 자주 합쳤다가 갈라져 어지러울 지경이다. 근래에만 2012년 19대 총선 때 친노(親盧)와 비노(非盧)가 합당해 민주통합당을 만들고, 통합진보당과 선거 연대를 통해 이 당에 13석을 몰아줘 '종북(從北) 숙주' 소리까지 들었다. 그때도 정권을 심판하고 단결해서 1당을 찾아오자는 명분은 똑같았다. 2년 전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과 안철수 대표 측이 합당할 때도 그랬다. 이번에 또 헤어졌다가 합치자는 얘기가 나온다는 것 자체가 유권자를 우롱하는 일이다.

김 대표의 제안에 대해 국민의당에서는 응해야 한다는 쪽이 다수라 한다. 국민의당은 창당 전후의 기세가 꺾이고 한 자리 숫자 지지율로 떨어져 있는 상황이다. 낙선(落選) 위기에 몰린 사람들이 그런 생각을 한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시간적 제한 때문에 합당보다는 후보 단일화 쪽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만약 그 길로 가기로 한다면 '거대 양당의 기득권 구조'를 타파하겠다던 그동안의 얘기는 무엇이었는가.

유권자는 정치인들이 마음대로 이리 동원하고 저리 몰고 갈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하지만 김종인 대표나 야권은 아직도 그럴 수 있다고 믿는 모양이다. 유권자를 우습게 보지 않으면 이렇게 쉽게 거짓말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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