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1일 테러방지법 처리 저지를 위한 국회 본회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중단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지난 23일 이후 8일째 이어온 국회 마비가 끝나게 됐다. 더민주가 강경파 의원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필리버스터를 그만두기로 한 것은 다행이다. 필리버스터는 국회법상 소수당의 권한이긴 하지만 수없이 테러 피해를 당해온 분단국의 야당이 다른 법도 아닌 테러방지법을 저지하는 세계 최장 기록을 세우고 그걸 자랑까지 한다니 납득할 수 없다.

1983년 아웅산 테러, 1986년 김포공항 테러, 1987년 KAL기 폭파 테러, 2010년 연평도 포격 테러 등 북이 저지른 테러로 잃은 무고한 인명이 얼마인가. 북은 서울에서 탈북자 이한영씨를 암살했고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 암살조도 파견했다. 사이버 테러는 일상적으로 행하고 있다. 앞으로 유엔 제재로 실제 타격을 입으면 북은 반드시 대남 테러도 하나의 전략으로 올려 검토할 것이다.

더민주는 테러방지법이 인권 침해 소지가 있다고 한다. 법안엔 국가정보원의 권한 남용과 인권 침해를 막는 조항이 있고, 대한변협도 이 법안이 타당한 내용이고 남용 소지도 없다는 의견을 냈다. 더민주는 국정원을 믿을 수 없다고 한다. 하지만 테러를 막는 것은 처음부터 끝까지 정보활동일 수밖에 없다. 테러 위험인물의 출입국 정보, 금융 거래 정보, 통신 정보 등을 수집·조사하고 외국 정보기관과 협력하는 것까지 모두가 그렇다. 국정원이 과거 많은 잘못을 저질렀지만 그렇다고 테러 방지를 정보기관에 맡길 수 없다는 것은 테러 방지를 포기하자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더민주는 필리버스터를 하며 터무니없는 이야기로 '발언 오래 하기' 경쟁까지 벌였다. 일부 지지층이 재미있어하고 환호하는 모습도 보였다. 더민주는 중대한 국가 현안을 이렇게 희롱하는 모습을 다수 국민이 어떻게 쳐다보는지에 대해선 무감각한 것 같다. 이런 것이 바로 운동권 체질이다. 운동권 출신이 아닌 새 지도부가 와서 운동권 습성에서 벗어나겠다고 했지만 막상 일이 벌어지자 운동권 구태가 그대로 재연됐다.

최근 여러 여론조사에서 유권자들은 4월 총선에서 '정권·여당 심판'과 '야당 심판'에 비슷하게 공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거는 정부·여당의 국정 수행을 평가하는 절차인데 거꾸로 야당을 심판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이렇게 많은 것은 이유가 있다. 더민주는 테러방지법 희롱으로 야당 심판론이 줄었을지 더 커졌을지 생각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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