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쌍의 아름다운 국가대표 '태릉인 커플'이 탄생한다.

'펜싱 훈남' 오은석(33·국민체육진흥공단)과 '리듬체조 미녀' 김윤희(25)가 오는 5월, 백년가약을 맺는다. 5월14일 오후 2시 서울 신라스테이호텔 역삼 '마리드블랑'에서 웨딩마치를 울린다. 태릉에서 소문난 '선남선녀'의 16개월 만남이 마침내 결실을 맺었다.

오은석은 국가대표 펜싱대표팀의 역사이자 명실상부한 에이스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구본길, 김정환, 원우영 등과 함께 남자 사브르에서 단체전 사상 첫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4번의 아시안게임에서 모두 메달을 따냈다.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사브르 개인전 금메달,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 개인전 은메달,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개인전 동메달, 단체전 동메달,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단체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타고난 순발력, 탁월한 신체조건에 침착성과 결단력, 단단한 철벽수비를 자랑하는 오은석은 '펜싱 코리아'의 기적을 이끌어온 대표적인 선수다.

김윤희는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서 리듬체조 국가대표로 활약했다. 김포초등학교 시절부터 세종대 4학년 때까지 전국체전 등 국내대회에서 1-2위를 놓치지 않았다. 1m70의 큰 키에 파워풀하고 시원한 연기로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손연재, 이다애, 이나경 등 후배들을 이끌고 나선 인천아시안게임 팀 경기에서 사상 첫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퉁퉁 부은 무릎을 동여매고, 혼신의 힘을 다해 따낸 은메달 직후의 눈물은 감동이었다. 그해 11월 제주 전국체전에서 대학, 일반부 금메달을 목에 건 후 선수 은퇴를 선언했고, 이후 모교인 김포초등학교에서 꿈나무들을 양성하고 있다.

일찌감치 태릉밥을 먹기 시작한 이들의 연애는 '태릉 말년'에야 시작됐다. 인천아시안게임이 끝난 2014년 10월, 청와대 초청 오찬에서 두 사람은 처음으로 함께 사진을 찍었다. 김윤희는 "내가 오빠를 졸졸 쫓아다녔다. (남)현희언니한테 같이 사진 찍고 싶다고 했다"며 깔깔 웃었다. 선수촌에서 오가며 마주치다 마음이 통했다. 김윤희는 착하고 묵묵하고 늘 한결같은 '훈남 펜서' 오빠에게 반했다. 오은석은 "태릉에서 연인으로 같이 있었던 시간은 1년이 채 못된다. 같이 있을 때는 선수촌 식당에서라도 봤지만 윤희가 은퇴한 후에는 주말에만 봤다. 시합이 있으면 못볼 때도 많았다"고 했다. 오은석은 지난해 말 김윤희와의 결혼을 결심하고 프러포즈했다. "착하다. 평생 나만 바라봐줄 것같은 확고한 믿음이 있다. 결혼해서도 잘 챙겨줄 것같다"며 웃었다. 두 사람은 아직 한번도 싸워본 적이 없다고 했다. '리듬체조 에이스' 김윤희는 "나중에라도 부부 싸움을 하게 되면 나는 곤봉을 들려고 한다"며 농담했다. '국대 펜서인 남편의 칼'을 언급하자마자 "아무래도 내가 질 것같다"고 했다. "오빠 순발력이 진짜 좋다. 게임 해도 내가 늘 진다. 아이를 낳으면 아무래도 운동을 시켜야 할 것같다"며 웃었다.

이들의 달콤한 청첩장에는 리본으로 하트를 그리고 있는 김윤희와 중세 기사처럼 투구와 칼을 빼든 오은석의 일러스트가 담겼다. '리본'과 '칼'이 운명처럼 만났다. 오은석은 "국가대표로서 운동에서 최고였던 만큼 가장으로서, 남편으로서도 최고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다짐을 밝혔다. 두사람은 결혼 후에도 리듬체조와 펜싱을 위해 헌신할 생각이다. 김윤희는 "제자들이 시즌중이라 신혼여행도 시즌 끝나고 9월쯤에 가려 한다"고 했다. 오은석은 "리우올림픽에는 사브르 단체전이 없다. 단체전이 있다면 끝까지 한번 도전해보고 싶었는데, 개인전에서 (구)본길, (김)정환이가 금맥을 이어주리라 믿는다"고 했다. "선수생활을 하는 한편, 천천히 지도자 공부도 하고 있다. 펜싱의 미래를 위한 준비를 결혼 후에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펜싱-리듬체조 국대 커플'은 영등포구 당산동의 한 아파트에 신접 살림을 차릴 예정이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