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는 25일 공천 신청자들에 대한 면접심사를 닷새째 계속했다. 당헌·당규에 정해져 있는 공천 신청 자격이 아예 없는 사람들을 가려내겠다는 취지다. 새누리당은 이 과정을 거친 뒤 지역별 경선에 들어갈 예정이지만 어느 지역에 경선 없이 전략 공천할 것인지, 경선할 지역의 여론조사 비율을 어떻게 할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현재 새누리당 내에선 현역 의원 대 신인, 친박(親朴) 대 비박(非朴) 싸움에다 개개인의 이해관계까지 얽히고설키면서 밀림을 연상케 하는 싸움이 벌어지는 중이다. 민생이나 공적(公的) 가치를 둘러싼 경쟁이 아니라 단지 자리 하나 차지하려는 것이거나 자기 계파 사람을 한 명이라도 더 밀어 넣기 위한 싸움이다. 총선 후에도 긴 후유증을 남길 가능성이 크다.

최근 나오는 여러 여론조사에서 유권자들은 '정권·여당 심판'과 '야당 심판'에 비슷하게 공감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정권 4년차에 들어서면 정권 심판론이 우세하기 마련인데 이런 결과가 나오는 건 지금 야당의 행태 때문이다. 게다가 야당은 분열까지 돼 있다. 새누리당이 가장 좋아할 만한 구도다. 그러나 이 구도를 믿고 새누리당이 교만한 집안 싸움을 계속하면 투표함이 열릴 때 눈을 의심하게 될 것이다.

언제부턴지 새누리당에선 이 나라 국회를 앞으로 4년간 이끌어나갈 어떤 비전이나 책략도 보이지 않는다. 19대 국회가 역대 최악이라는 말을 듣게 된 책임은 야당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도 새누리당은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듯이 행동해왔다. 현재 이 나라는 청년·노년을 가리지 않는 일자리 부족, 심각한 소득 양극화, 4차 산업혁명이라고까지 불리는 새로운 시대에 대한 혜안 같은 것들이 보이지 않는다. 친박 비박 싸움으로 지새우는 새누리당엔 이런 과제들에 대한 관심조차 없는 것 같다.

더민주당은 그제 여러 후유증을 무릅쓰고 현역 의원 10명에게 공천심사 자격조차 주지 않기로 하고 실명(實名)을 공개했다. 덜컹덜컹하면서도 유권자의 마음을 사기 위해 몸부림치는 모습이다. 그러나 여당은 지금 이대로 가면 19대 국회의원들이 거의 대부분 공천을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을 실망시킨 19대 의원들이 대부분 공천을 받는 상황이 현실화된다면 국민들이 이를 어떻게 보겠는가. 이제 유권자들이 지지부진, 지리멸렬한 새누리당 모습에 점점 질려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이다. 선거에 아무리 구도가 중요하다고 해도 교만한 정당이 선택받은 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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