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24일 공천 심사 자격조차 주지 않는 '컷오프' 대상 10명의 현역 의원 명단을 발표했다. 5선의 문희상, 3선의 유인태 의원과 비례대표 김현·임수경 의원 등이 포함됐다. 더민주당은 127명의 당 소속 의원들 중 20%인 25명을 공천 심사 배제(컷오프) 대상으로 지명하겠다고 했으나, 이 가운데 11명은 국민의당으로 넘어갔고 문재인 전 대표 등 4명은 불출마를 선언해 결국 10명이 대상이 됐다.

우리 정당사에서 현역 의원 10명을 심사 대상에서 원천적으로 제외하고 이를 공식 발표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노영민·신계륜 의원처럼 도덕성에 명백한 문제가 있거나 김현·임수경 의원처럼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 사람들이 불명예 퇴진을 하게 된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문희상·유인태 의원처럼 당의 상징성과 관련 있는 중진들까지 포함된 것은 여간한 결단 없이는 어려웠을 것이다.

더민주당은 앞으로 3선 이상 50%, 초·재선 30%를 추가로 교체 대상에 올려놓고 공천 여부를 검토한다는 계획이어서 물갈이 대상이 더 늘어날 수 있다. 국민들은 이날 컷오프 명단을 보며 추가로 나올 결과도 눈여겨 지켜볼 것이다. 그러나 동료 최고위원을 향해 "공갈이나 친다"며 당을 헤집어놓고 여당을 향해서도 틈만 나면 막말을 퍼부어 국회와 국회의원의 격(格)을 떨어뜨린 정청래 의원 같은 사람은 왜 남겨두었는지 의문이다. 또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귀태(鬼胎·태어나선 안 될 존재)'라고 했던 사람, 자기 존재감 과시를 위해 여러 차례에 걸쳐 대선에 불복(不服)해야 한다고 했던 사람들이 퇴출 명단에 포함되지 않는다면 한바탕 쇼 아니었느냐는 말을 듣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야당과 오히려 극명하게 대비되는 것은 새누리당이다. 새누리당에선 몇 명이 개별적 사유에 따라 불출마 선언을 했을 뿐, 지금의 공천 룰대로 하면 현역 의원들을 대거 교체하기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어떻게 해서 교체한다고 해도 그 자리에 특정 계파에서 밀어넣는 사람들만 공천받을 가능성이 크다. 새누리당의 내부 싸움판에선 이 나라 미래를 위한 비전이나 정책 같은 것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는다.

새누리당은 야권의 분열 구도에 기댄 채 총선 승리를 낙관하며 배부른 계파 지분 싸움에만 골몰할 뿐 더민주와 같은 과감한 인물 교체를 시도하지 않고 있다. 8년간 장기 집권해온 결과 유권자들의 뜻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당이 망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조차 없는 정당에 누가 표를 주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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